서울에 사상 첫 '9월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등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음식이 종종 실온에 방치되는 추석 연휴 '식중독' 예방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쉽게 발생하는 식중독의 위험이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9월에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심화하는 폭염으로 인해 식중독 발생은 더욱 높아졌고, 가장 위험한 시기가 올해 추석이라는 우려가 최근 국회에서 나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식중독 발생 현황'을 보면 2020년 164건, 2021년 245건, 2022년 311건, 2023년 359건으로 4년 사이 2.2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중독 발생의 원인균별 분석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식중독 발생사례 중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33.3%(359건)로 발생 비율이 가장 높았고, 노로바이러스 18.3%(197건), 살모넬라 13.4%(145건), 병원성대장균 11.9%(128건), 캠필로박터 제주니 7.0%(75건) 순으로 발생 비율을 보였다.
소 의원은 "추석 연휴, 식중독 비상"이라며 "추석 연휴를 맞이해 국민들이 철저하게 예방 수칙을 준수하고, 식약처가 현장 점검과 같은 예방 활동을 강화해 식중독 발생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면서 연휴 기간 식중독에 걸리면 응급진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9일 한 방송에서 "지금 이미 인프라가 다 무너졌다"면서 주변인들에게 "생선전 같은 거 드시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한경닷컴에 "(생선전을) 오래 방치하면 위험하다"고 했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에 따르면 식중독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소화기가 감염되고 배탈과 설사 등의 증상이 급성 또는 만성으로 발현되는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발열·구역질·구토·설사·복통·발진 등이 있다.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세균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 식품 속 미생물이 생산하는 독소에 의한 식중독, 동·식물성 독소에 의한 자연독 식중독, 화학 물질에 의한 화학성 식중독으로 나눌 수 있다. 세균성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은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있다. 무더위와 장마철에는 이러한 세균성 식중독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정 교수는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은 음식의 선택·조리·보관 과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세균은 주로 섭씨 0~60도에서 번식한다. 저장은 4도 이하에서, 가열은 60도 이상에서 해야 한다"며 "다만 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 클로스트리디움균의 독소는 가열해도 증식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지 않고, 조리된 음식을 섭취하되 가능한 한 즉시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또 "철저한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외출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손 씻기가 필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남거나 상하기 쉬운 음식은 조리 후 한 시간 이내에 냉장 보관하기 △조리한 음식과 익히지 않은 음식 섞지 않기 △행주는 매일 바꾸고 삶아서 사용하기 △재가열한 음식이 남으면 버리기 △도마는 철저히 닦아 건조하기 등을 예방 수칙으로 강조했다.
식약처도 명절 연휴를 앞두고 식중독 예방을 위한 '올바른 장보기' 요령을 안내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절 음식 준비를 위한 식재료 장보기는 가급적 1시간 이내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식중독 예방을 위해 냉장·냉동식품, 육류·어패류 등은 아이스박스를 이용해 서늘한 상태로 운반하고 조리 직전까지 차갑게 보관해야 한다.
또 식재료는 밀가루나 식용유와 같이 냉장이 필요 없는 식품을 먼저 구매하고 과일·채소 등 농산물, 햄·어묵·완자 등 냉장·냉동이 필요한 가공식품, 육류·어패류 순으로 구매하여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에서 조리된 명절 음식을 구매할 경우에는 가급적 냉장·냉동온도를 유지하여 배송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섭취 시에는 반드시 재가열하여 섭취해야 한다. 또 추석 명절 전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따라 명절 음식은 가급적 빨리 섭취하고, 보관 시에는 상온 보다는 냉장으로 보관해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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