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친척이 모이는 한가위. 할아버지·할머니는 그새 훌쩍 커서 돌아온 손자·손녀가 마냥 대견스럽다. 떠나는 길에 용돈도 쥐어 줄 참이다. 그런데 이 돈에도 세금이 붙을까?
추석을 맞아 명절 용돈에 대한 과세 여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추석 용돈까지 세금을 매기겠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명절 용돈을 준다는 명목으로 10억~20억원을 물려주면 사실상 상속과 다를 바가 없어서다.
16일 과세 당국에 따르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타인으로부터 대가 관계없이 무상으로 재산을 취득했을 경우 증여세 납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즉 용돈도 증여에 해당한다.
단 현행법은 증여재산에도 ‘사회 통념상’ 인정될 경우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자녀 생활비나 교육비, 병원비, 축하금, 명절 용돈까지 세금을 매기진 않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한도 없이 세금을 면제해주지는 않는다. “쟁점은 ‘증여재산공제’”라는 게 과세 당국 설명이다. 증여재산공제는 증여재산가액에서 일정 금액을 빼고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현행법은 직계존속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을 때 성인은 5000만원, 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공제한다. 증여재산가액을 합산하는 기간은 10년이다.
따라서 할아버지·할머니는 미성년자인 손자·손녀에게 10년에 걸쳐 총 2000만원까지 세금 걱정 없이 용돈을 줄 수 있다. 손자·손녀가 성인이라면 10년 동안 5000만원까지 용돈을 주더라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만일 이 금액을 넘어선다면 증여세는 물론 가산세까지 물어야 할 수 있다.
증여세율은 증여재산가액에 따라 10~50% 부과된다. '세대생략 할증과세'도 고려해야 한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면 일반적인 증여세의 30~40%가 추가 과세된다. 할아버지·할머니의 재산이 자녀를 거쳐 손자·손녀에게 가면 두 번 과세되는데, 곧바로 손자녀에게 갈 경우 중간을 건너뛰기 때문에 할증이 붙는다.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증여세를 내게 되면 가산세도 붙는다. 만약 의도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부정 무신고로 분류되면 가산세가 40%까지 올라간다. 세금을 늦게 내면 ‘납부 지연 가산세’까지 따라붙는다.
정치인 중엔 명절 용돈으로 자녀 목돈을 마련해줬다 곤혹을 치른 경우가 많다. 2017년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소득이 없던 자녀의 예금액 1억9000여만원 출처에 대해 “명절 때마다 세뱃돈으로 마련했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아들의 4000만원 예금 출처를 ‘세뱃돈과 용돈’이라고 답했다. 이듬해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은 두 살배기 손자가 2200만원의 예금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자 “친척과 지인들이 준 돌잔치 축하금과 세뱃돈을 모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직계비속의 증여재산공제 한도도 10년간 5000만원이다. 손자녀를 데려온 아들딸에게 용돈으로 10년간 5000만원을 받아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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