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기 안 먹어요" 2030 女 난리더니…'대반전' [김세린의 트렌드랩]

입력 2024-09-14 14:45   수정 2024-09-14 16:25


“비건(채식) 식단은 똑똑한 다이어트법인 것 같아요. 요즘엔 단순히 고기를 안 먹는 게 아니라 채소랑 두부 등을 활용한 맛있고 건강한 메뉴들이 많이 보이네요.”

얼마 전 아이돌 레드벨벳 멤버 슬기가 체중 조절 비결로 ‘두부 버섯요리’를 소개한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말 그대로 두부와 버섯을 활용해 만든 비건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 사이에 입소문 났는데요. 최근 들어 일반 식단 대비 육류를 줄이고 건강한 비건식으로 식습관을 차별화해 건강 관리에 나선 젊은층이 눈에 띕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건(채식)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고기를 대신한 대체육 중심 시장에서 식물성 대체식품과 가공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비건 음식이 뜨기 시작한 2022년과 달리 올해 들어서는 각종 식품업계에서 선보인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가공식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분위기입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비건 식단과 관련해 ‘식습관’, ‘매일‘, ‘소화’ 등의 일상적 키워드들이 다수 언급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뉴엔AI(옛 RSN)가 발간한 ‘식생활 트렌드로 보는 라이프 스타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 말까지 뉴엔AI가 블로그와 카페·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한 결과 비건 음식 언급량은 두유면, 두부텐더, 비건소스, 식물성 아이스크림 순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식물성 아이스크림에 대한 지난달 언급량은 전월(6월)과 비교해 약 624%나 뛰었습니다.

풀무원식품은 비건 시장을 이끄는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회사는 비건 제품으로 입소문이 난 ‘풀무원지구식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4%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의 올해 목표 매출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구식단 주요 타깃층인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물성 대체식품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에서 ‘풀무원 및 풀무원지구식단’(46%)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효리가 모델로 나선 광고를 접한 뒤 지구식단 브랜드가 기억에 남았다는 이들도 상당수입니다. 지난 1월 평소 비건을 실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효리를 모델로 기용한 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게 매출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지구식단 제품들이 SNS나 온라인몰 후기 등으로 입소문이 나 온라인상 젊은층 지지가 뚜렷해졌다"며 "젊은층 중심으로 확산 중인 나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하는 가치소비 트렌드와도 부합했다”고 귀띔했습니다.

회사는 젊은층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해 20·30세대가 주 소비층인 편의점과도 협업에 나섰습니다. 올해 초 GS25와 지구식단 제품을 활용한 두부텐더김밥, 유부런천미트김밥을 선보인데 이어 CU와 함께 식물성 함박패티가 들어간 함박곡물버거를 론칭했습니다. 풀무원은 인기에 힘입어 지속가능식품 사업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건 소스 시장에서는 동원홈푸드의 비건 제품 매출 신장률이 눈에 띕니다. 뉴엔AI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온라인상에서 비건소스는 비비드키친(376건), CJ제일제당(35)건, 오뚜기(32)건 순으로 언급량이 많았습니다. 동원홈푸드는 2020년 소스·간편식 전문 브랜드 ‘비비드키친’을 론칭했는데요. 지난 5월에는 “굶지 않고 즐겁게 식단 관리를 한다”고 밝힌 가수 비비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소비자 접점 확대에 힘쏟고 있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비비드키친 저칼로리·저당 소스는 식단 관리를 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식단 관리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까지 컬리, 쿠팡 등 주요 플랫폼에서 400만개 이상 판매되는 등 맛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비비드키친 매출은 지난해 6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300억원 수준으로 늘려잡았습니다.

비건을 전문으로 하는 파인다이닝 식당도 젊은층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연남동, 압구정 등의 상권에 속속 자리 잡는 추세입니다. 이들 식당의 코스 요리 가격은 10만~20만원대로 저렴하지 않은데도 예약이 꽉 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생일을 맞아 비건 파인다이닝 코스를 다녀왔다는 글도 적지 않게 보입니다. 고물가에 외식업체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는 것과는 달리 ‘가치소비’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트렌드에 따라 비건 관련 사업을 국내외로 확장, 판매처를 다각화하려는 행보도 보입니다. 최근 CJ제일제당의 1호 사내벤처 ‘얼티브’는 식물성 아이스크림을 출시했습니다. 앞서 단백질 음료를 선보인 얼티브가 디저트로 제품군을 확장했는데요. 빙그레는 현재 ‘식물성 메로나’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탈지분유 대신 식물성 원료 오트(귀리)를 사용해 기존 메로나 맛을 구현한 수출 전용 비건 제품입니다.

업계는 비건이 더 이상 채식주의자만 먹는 음식이 아닌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으며 원물 기반의 가공품에 대한 관심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뉴엔AI 관계자는 “비건식 지향 트렌드는 식물성 대체 식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외식, 식품 서비스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라면서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성 및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 증가로 비건식 수요가 더욱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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