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현진 씨(32)도 요즘 인기라는 팝업에 한번 가보고 싶지만 아직 방문해본 적이 없다. 어린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어 아침부터 줄을 서 대기해야하는 팝업 방문은 꿈도 못꾼다. 이씨도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도 팝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유통업체들이 서울 성수동이나 강남 등 일부 지역에 이동해야만 방문할 수 있는 오프라인 팝업의 한계를 보완한 대안으로 온라인 팝업을 고려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나 지방에 거주해 사실상 팝업 방문이 어려운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이다.
이랜드월드에서 운영하는 육아 플랫폼 ‘키디키디(kidikidi)’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일까지 2주간 온라인 팝업 ‘키디런’을 열었다. 육아하는 주부들이 아이를 두고 이동해 매장을 직접 방문하기는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앞서 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 5월 잠실 롯데월드몰 오프라인 팝업을 열었었는데, 주부들이나 지방 소비자들 사이에서 팝업을 방문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쇄도하면서 온라인 팝업을 기획하게 됐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키디키디에 따르면 팝업 기간 중 플랫폼 방문자 수는 직전 동일기간 대비 3배 증가했다. 첫날에만 15만명이 몰렸다. 전체 기간동안에는 120만명이 넘는 고객이 팝업을 찾았다.
판매는 주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뤄졌다. 유아동 패션 브랜드의 2024 가을·겨울(FW) 신상품이나 단독 상품을 라이브쇼로 선보였다. 쇼는 매일 릴레이 형태로 선보였으며 26개 브랜드 중 11개 브랜드는 온라인 팝업을 기념해 새롭게 입점했다.
키디키디 MD나 마케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모니터링해 참여 브랜드를 주로 선정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MZ 엄마들이 라이브쇼를 통해 브랜드 측과 직접 소통하며 제품을 구경한 점이 팝업 흥행의 요인이 됐다. 아이가 착용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으며 쇼호스트로부터 소재나 색상, 사이즈 관련 문의도 실시간으로 오갔다.
팝업에 대한 소식이 맘카페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하이헤이호'의 후디우븐아우터, 로고데님, '드타미프로젝트'의 봉쥬르맘&키즈가디건, '메론스위치'의 빈티지곰가디건, '베베소유'의 코지&빠삐용 실내복 등은 판매 개시 15분만에 준비한 수량을 모두 팔았다. 방송 도중 실시간으로 프리오더(선주문)까지 추가로 받을 정도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서 2월과 5월에 오프라인 팝업을 진행했었는데 그때 만큼 성과를 거뒀다고 내부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커뮤니티 기반 공유 주거 플랫폼 ‘맹그로브’도 온라인 팝업을 진행해 MZ세대 수요를 끌어냈다. 게임 형태의 팝업을 구성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젊은 층들을 겨냥했다. 맹그로브 신촌점을 새로 개장하기 약 한 달 전에 룸 타입과 커뮤니티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팝업을 웹과 모바일에서 준비한 것인데, 디지털 아트로 구현한 맹그로브 신촌점을 방문객들을 게임하듯 탐색하게 했다.
‘포켓몬코리아’도 지난 2월 포켓몬 팬들을 위한 온라인 팝업을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기존의 오프라인 팝업의 다채로운 상품 구색을 잘 갖추면서도 거리 제약에 따른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의 불편 요소를 없애 어디서나 방문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포켓몬 팬들 사이에서 인기템으로 꼽히는 ‘한복 피카츄’ 봉제인형을 복각한 상품이 잘 팔렸다.
이밖에 CJ온스타일도 지난 6월 드라마 ‘선재업고튀어’가 흥행하자 변우석, 김혜윤 팬덤을 위한 굿즈를 온라인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생각보다 더 재미있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는게 온라인 팝업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는 업계의 반응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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