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시장 "고려아연 약탈적 인수합병 좌시하지 않겠다"

입력 2024-09-16 16:17   수정 2024-09-16 16:21


영풍이 사모펀드(PEF)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에 대한 강제인수에 나선 가운데 울산시가 향토기업에 대한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추석명절을 하루 앞둔 16일 ‘고려아연 관련 김두겸 울산시장 성명서’라는 제목의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도시 울산과 고락을 같이 해온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울산시장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영풍이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이들이 최대 주주가 된다면, 고려아연 경영권은 사실상 MBK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시장은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대한민국 울산시장으로서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멈춰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김 시장은 추석 명절이 끝나는 18일 오전 울산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MBK의 인수합병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김 시장은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나서선 절대 안되는 이유로 중국계 자본이 대량 유입된 펀드를 구성하고 있어 적재적 인수 합병시 핵심 기술유출이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선두주자일 뿐 아니라 수소,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을 기반으로 울산경제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만큼, 중국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가기간산업의 해외공급망 구축이 한순간에 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시장은 울산의 고용시장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매우 클 것으로 우려하며, 강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김 시장은 “사모펀드의 본질적 목표는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인 만큼, 고려아연 인수 후 수익 추구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 약화는 물론 나아가 울산의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MBK는 그간 홈플러스와 BHC 등을 인수한 뒤 부당한 인력 구조 조정, 핵심 자산 매각,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으로 고용시장에 물의를 빚고 시장 질서를 흐려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온 것처럼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 등과 더불어 50년간 울산시민과 함께 동고동락을 같이한 향토기업으로 중국계 사모펀드에 인수합병된다면 기업도시 울산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며 “산업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와 상공계, 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역 향토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울산시민들은 20여년 전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을 때 ‘울산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으로 회사를 보호한 적이 있다”며 “120만 울산시민의 역량을 총결집해 고려아연 지키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직접 건의할 계획”이라며 “대한민국의 우수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를 동시에 진행하고 나섰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천36주∼302만4천881주)를 공개매수한다. 이에 따른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원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그룹 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특별관계자 지분은 33.13%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문제점에 대한 검토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나 경영진들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 온 바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최씨 가문 일가들을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증가시킬 것이며 현대차, LG 및 한화와의 사업적 제휴 관계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고려아연은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지분 공개매수는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적대적·약탈적 M&A라고 판단돼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켰고,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와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고려아연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국내 여론에 의해 약탈적 기업사냥꾼이자 투기자본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온 곳"이라며 "경영권 인수 뒤 해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가 기간산업인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의 해외로 유출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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