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튜버 곽튜브(본명 곽준빈)가 왕따 논란이 불거졌던 그룹 에이프릴 출신 배우 이나은을 옹호하는 영상이 논란이 된 후, 교육부가 곽튜브가 출연한 학교폭력 방지 캠페인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17일 교육부는 유튜브 공식 채널 '교육TV'에서 곽튜브의 학폭 방지 영상이 사라졌다. 곽튜브가 자신의 콘텐츠에서 이나은을 '대리 용서'했다가 논란이 돼 사과문을 게재한 가운데 교육부가 빠른 대처를 했다는 반응이다.
곽튜브는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나의 첫 이태리에서 보낸 로맨틱 일주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곽튜브는 영상에 등장한 이나은에게 학폭 논란을 언급하며 "(학폭) 가해자라고 해서 차단했었는데 아니라길래 풀었다"며 "오해를 받는 사람한테 피해 주는 것 같아서 그렇더라"라고 사과했다.
이에 이나은은 "날 오해하고 차단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속상하고 슬펐다"고 말했다.
이나은은 앞서 에이프릴 멤버 이현주에 대한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학창 시절 학교폭력에 가담했다는 폭로 글이 게재됐다. 당시 이나은은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주목받은 후 SBS '모범택시' 출연을 앞둔 상황이었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하차했다.
당시 학교폭력 사건은 글 작성자가 자필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현주 왕따 사건에 대해서는 폭로 글을 작성했던 이현주의 남동생과 이현주의 동창을 대상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이들에 대한 '혐의없음' 의견으로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수사가 종결됐다.
이현주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여백 측은 불송치 소식을 전하면서, 작성글 중 문제가 된 부분은 이현주가 그룹 내에서 괴롭힘과 왕따를 당했다는 내용, 고소인이 회사를 찾아간 이현주 모친을 보고 인사 없이 비웃으며 지나갔다는 내용, 누군가 이현주가 탑승해 있던 자동차 좌석에 썩은 김밥을 두고 뒤에 온 멤버들 전부와 매니저가 냄새가 난다고 화를 내고 욕했다는 내용, 이현주 할머니가 사준 텀블러에 고소인이 청국장을 넣고 사용했다는 내용, 이현주 신발을 다른 멤버가 신고 다닌 후 그 신발을 가져가라며 던졌다는 내용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현주가 에이프릴 내 집단 괴롭힘을 당해 힘들어했으며 활동 당시 텀블러 사건, 신발 사건 등이 있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고, 해당 내용도 고소인과 이현주가 에이프릴 팀 생활을 함께하고 있었던 주요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기에 허위 사실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곽튜브는 그동안 학폭 피해를 고백해왔고, 괴롭힘을 극복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에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1월 120만명이던 곽튜브의 구독자수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학폭 피해 사실을 눈물과 함께 털어놓은 후 17일 기준 211만명까지 늘었다.
곽튜브는 '유퀴즈'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다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항상 맞고 다녀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고, 이후 집에 박혀서 축구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축구를 보다 보니 외국에 나가,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해외여행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점에서 빵을 사 오라고 한다든지 체육복 빌려 가서 안 돌려준다든지, 심지어 컴퍼스로 제 등을 찔리는 등의 피해 사례를 고백했다.
곽튜브 스스로 학폭 트라우마가 있다고 밝혀온 상황에서 미성년자였던 멤버를 괴롭혔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이나은에게 "넌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옹호하고, 사과에 나선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으로 학폭 트라우마에 대해 언급하지 마라", "학폭 가해자들도 주변의 많은 사람에겐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등 날 선 비난까지 나오자 곽튜브는 영상을 삭제하고 "이번 영상은 제가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놓쳤던 부분이 있었다"며 "제 개인적인 감정이 모두의 입장이 되지 않도록 깊이 생각하겠다"면서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편 푸른나무재단이 전국의 초·중·고교생 및 교사 60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학생 중 34%가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의 20.7%는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처벌은 만족하나 사과와 반성이 느껴지지 않아서'가 26%로 가장 많았다.
교육부의 학폭 사안 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총 3만1240건에 달하던 학폭 사안 건수는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2만5903건으로 잠시 줄었던 것을 제외하면 계속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달 25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학교폭력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초·중·고등학교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총 6만1445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2학년도(5만7981건)보다 6% 증가한 수치다. 학교폭력 유형(중복 가능)으로는 신체 폭력이 1만 3587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언어폭력(1만1082건), 성폭력(3685건), 사이버폭력(3422건), 강요(1777건), 금품갈취(1772건), 따돌림(1701건) 순이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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