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임현우의 경제VOCA]

입력 2024-09-17 14:02   수정 2024-09-17 14:03

'경제VOCA'는 뉴스 속 경제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보는 영상입니다. 유튜브 '한경 코리아마켓'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 산업이 요새 분위기가 안 좋죠. 시장 1위인 테슬라조차 판매량이 계속 줄고 있고, 전기차 회사에 납품하는 배터리 기업들까지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뉴스에 많이 나오는 단어가 '캐즘'인데요. '전기차가 캐즘에 빠졌다'는 표현을 자주 보게 됩니다.

캐즘은 신기술이 보급되는 과정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원래 지각 변동으로 생긴 단절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인데요. 1991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가 '크로싱 더 캐즘'이라는 책에서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데 캐즘의 개념을 활용하면서, 이후에는 마케팅 용어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창기에는 새로운 걸 써보길 좋아하는 얼리 어답터들의 수요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얼리 어답터는 전체 소비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확산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죠.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의 사이에서 기로에 서 있는 상태가 바로 캐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즘을 넘어서면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고 더 큰 성장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반짝 주목받다가 끝나는 제품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 문턱에 걸려 사라져버리는 기술이나 서비스가 적지 않은데요. 2000년대 초 발명된 세그웨이의 사례를 볼까요? 바퀴가 두 개 달린 1인용 이동 수단인데,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시제품을 보고 극찬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출시되고 나선 6년 동안 3만 대 팔리는 데 그쳤습니다. 기술적으론 뛰어났지만, 막상 타 본 사람들 후기가 좋지 않았어요. 인도에서 타자니 너무 빠르고, 차도에서 타기엔 느린 데다가, 출퇴근길에 쓰라고 만든 제품인데 정장을 차려입고 이걸 타니까 이상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죠. 그런데도 가격은 1000만원이나 됐으니, '혁신적인 건 알겠는데 사기는 싫은' 제품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1990년대 나온 PDA, 2000년대 나온 로봇 강아지 같은 것도 마찬가지 사례입니다.

캐즘 이론이 말하는 핵심은 초기 시장의 성공이 반드시 주류 시장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는 캐즘을 극복한 성공 사례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전의 CD플레이어나 필름 카메라에 익숙했던 소비자들까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과 저장 용량을 꾸준히 개선한 점이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지금은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현재 시점에서 전기차는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 물건입니다. 환경에 덜 해롭고 소음이 적은 것 등등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 등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안전 때문에 안 탄다고 버티는 소비자들도 설득해야 합니다. 국내 기업들도 많이 뛰어든 전기차 산업은 캐즘을 슬기롭게 극복하길 기대해 봅니다.

기획·진행 임현우 기자
촬영·편집 임성현·소재탁PD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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