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전쟁' 끝낸 美…이젠 식어가는 '고용과의 전쟁'

입력 2024-09-18 18:21   수정 2024-09-19 02:14

영국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미국 중앙은행(Fed)까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동참하며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 시작됐다. Fed가 물가와의 전쟁을 마치고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한 데는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한때 9%를 넘어섰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Fed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미국 노동시장은 실업률이 올라가는 등 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Fed 내부에선 더 늦기 전에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선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하 물결 확산

영국은행은 지난달 정책금리를 연 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19일 예정된 9월 회의에선 동결이 유력하지만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지난 12일 예금 금리를 연 3.75%에서 3.50%로 0.25%포인트 내리는 등 정책금리를 추가 인하했다. 지난 6월 역대 최고 수준이던 정책금리를 낮춘 지 3개월 만이다. 캐나다는 4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3회 연속 금리를 내렸으며, 다음달에도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Fed가 피벗을 시작하면 신흥국은 통화정책 운용의 여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Fed의 금리 인하에 맞춰 통화정책을 더 완화하면 국내 경기 둔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통화 긴축 상황을 견디지 못한 신흥국들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로이터는 18개 신흥시장의 절반은 Fed보다 앞서 피벗에 들어갔다고 최근 보도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변수로 남아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 지출을 필요로 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를 물리고,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에는 관세 60%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Fed가 추가 금리 인하를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통화정책, 물가에서 고용으로
미국의 고용시장이 현재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Fed도 금리 인하 흐름을 끊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8월 미국 CPI 상승률은 2.5%로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Fed 목표치인 2%를 소폭 웃돌긴 했지만 둔화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게 Fed 내부 판단이다.

미국 노동시장은 식어가는 게 확연하게 감지되고 있다. 실업률은 작년 말 3.7%에서 8월 4.2%로 상승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서도 노동시장 냉각 조짐이 나타났다. 7월 계절조정 기준 구인은 767만3000건으로, 전월(791만 건)보다 23만7000건 감소했다.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인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700만 건대와 비슷하다. 7월 해고는 176만2000건으로 전월(156만 건)보다 증가했다. 기업의 구인은 줄어들면서 해고는 늘어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Fed의 책무인 완전고용과 물가 안정 중 하나가 다른 책무보다 목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곤 했다.
○Fed 위기의식 고조
Fed 내부에선 노동시장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Fed 내 매파로 분류되는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애틀랜타연은 홈페이지 게시글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Fed 목표치 2%를 웃돌고 있지만 Fed는 금리 인하를 미루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율이 2%로 떨어질 때까지 통화정책 완화를 미루면 노동시장이 붕괴해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고용시장이 명백히 식고 있고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선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고용시장 냉각에 대해 “이번 (9월) 회의뿐만 아니라 향후 몇 개월간 심각한 의문을 야기할 것이고 Fed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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