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한 때 9%가 넘었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Fed의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미국 노동시장은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Fed 내부에선 더 이상 늦기 전에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시장은 즉각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FOMC 발표 30분 만에 S&P500지수는 0.49% 상승한 5660대에서, 나스닥지수도 0.77% 오른 1만7760대에서 거래됐다. 미 국채 10년물은 발표 직전 연 3.695%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발표 후 급락해 연 3.664% 수준으로 내려갔다.
Fed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고용 시장이 확연하게 식어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Fed는 성명서를 통해 “FOMC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리스크가 대략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실제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5%로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Fed의 목표치인 2%를 소폭 상회하긴 했지만, 둔화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게 Fed 내부의 판단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안정적으로 2%에 복귀할 것이란 확신이 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 노동시장은 빠르게 냉각하는 게 감지된다. 특히 실업률이 작년 말 3.7%에서 8월에 4.2%로 상승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서도 노동시장 냉각 조짐이 나타났다. 7월 계절조정 기준 구인 건수는 767만3000건으로, 전월 치인 791만건보다 23만7000건 감소했다.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인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700만건 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7월 해고는 전월 156만건에서 176만2000건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의 구인은 줄어들면서 해고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Fed는 이날 성명서에도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FOMC는 물가안정과 최대고용 달성 등 이중 임무의 양 측면에 대한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Fed 내부에선 노동 시장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Fed 내 매파로 분류되는 라파엘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연은 총재는 최근 애틀랜타연은 홈페이지 게시글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Fed 목표치 2%를 상회하고 있으나 Fed가 금리 인하를 미루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실제 2%로 떨어질 때까지 통화정책 완화를 미루면 노동시장이 붕괴해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고용시장이 명백히 식고 있고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고용시장 냉각에 대해 “이번 (9월) 회의뿐만 아니라 향후 몇 개월간 심각한 의문을 야기할 것이고 Fed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선 이번 빅컷으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여전히 예의 주시 중이다. 전망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우선 경기 둔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S&P 500이 향후 12개월 동안 약 6% 상승한 6000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연말 목표치는 5600으로 유지했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주식 책임자인 데이비드 코스틴은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기업 및 소비자 차입 비용이 낮아져 수익 성장과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Fed 내부에선 향후 FOMC 회의 때마다 금리 인하 폭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Fed가 단행한 금리 인하 폭으로 물가와 고용 간 균형을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어서다. 이미 Fed는 2022년에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0.75%포인트 단위로 인상하기도 했다.
뉴욕=박신영/워싱턴=이상은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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