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였던 기욤 뮈소는 2004년에 출간한 두 번째 소설 <그 후에>로 작가적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세 번째 소설 <구해줘>는 아마존 프랑스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생은 소설이다>까지 17권의 소설이 모두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기욤 뮈소는 일간지 <르 피가로>와 프랑스서점연합회가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45개국의 독자가 그의 작품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발표하는 소설마다 1위 기록을 세우는 비결은 한마디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소설이다>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놀라운 발상에 감탄하다 결국 이마를 치게 되는 소설이다. <인생은 소설이다>는 <아가씨와 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에 이어 세 번째로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작가란 어떤 존재이고, 소설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사석에서 작가들이 나누는 대화가 고스란히 담긴 <인생은 소설이다>는 특히 창작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 작품이다. 어떤 분야든 창작자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골치 아픈 작업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먼저 딸 캐리와 함께 사는 플로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캐리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숨바꼭질이다. 그날도 몬테소리학교에 다녀온 캐리가 엄마한테 숨바꼭질을 하자고 졸랐고, 플로라가 스물을 세고 나서 눈을 떴을 때 감쪽같이 사라진 캐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파리에 사는 로맹은 아들 테오를 목숨처럼 사랑한다. 하지만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알민의 계략에 걸려들어 아들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소설 쓰기에 빠져 일상을 도외시해온 로맹은 알민이 자신의 휴대폰에 이혼 소송 시 불리한 문자를 마구 발송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 함께 쓰던 부부 통장에 대한 접근도 막아 돈 한 푼 없는 신세가 되었다. 게다가 알민은 테오를 데리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생태 오두막에 가기로 결정한다.
딸의 실종으로 괴로운 플로라, 아들과 생이별하게 된 로맹. ‘하루의 대부분을 픽션 세계 속에서 헤매다 보면 종종 현실 세계로 나가는 길을 잃게 되는’ 소설가들은 이 힘든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소설은 중간쯤에서 독자를 놀라운 반전의 세계로 초대한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앞으로 3초를 줄 테니 어디 한 번 나를 말려보시지. 하나, 둘, 셋…”이라고 외치는 뉴욕의 플로라 앞에 파리의 로맹이 나타난다. 플로라는 로맹이 쓴 소설 속 인물이었던 것.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결합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인생은 소설이다>에서 로맹은 플로라에게 “당신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소설을 중단할 생각입니다”라고 선언한다. 그러자 플로라는 “난 당신이 마음대로 집필을 중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라고 강하게 말한다.
소설 속에는 로맹과 플로라 둘 다 잘 아는 출판 전문가 팡틴 드 빌라트가 중요한 제3의 인물로 등장한다. 팡틴은 로맹과 어떤 관계였고, 플로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뒤쪽으로 갈수록 세 사람과 얽힌 놀라운 사연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면서 캐리와 테오의 행방도 밝혀진다.
이 책은 챕터마다 유명 작가들의 소설에 대한 단상으로 시작하고, 본문에서도 여러 실존 소설가의 행적이 그들의 명문과 함께 등장한다. 능란한 필력을 지닌 기욤 뮈소의 소설을 숨 가쁘게 흡입하며 교양도 한껏 챙길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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