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안팎의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대선 영향은 행정 조치가 가능한 관세, 이민, 산업 규제 등에 집중될 것이며, 함께 치뤄질 의회 선거 결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존폐 및 개정, 조세법 연장 등에 영향을 주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현재 정책과 대선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했을 때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극단적인 부분을 갖고 있어 단순히 성향이 변화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성향 차 뚜렷…당선자 따라 정책 큰 차이
물론 공통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AI)이나 신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인데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는 어떤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산업을 보조하기 위한 전력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혹은 부정적인 접근은 두 후보 모두에게 발견되고 있으며 산업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리쇼어링 정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이후 꾸준히 시행돼 오고 있다.
차이점의 경우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의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해리스 후보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해 더 ‘좌파’적이면서 PC(정치적 올바름)주의를 추가한 성향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후보는 과거 대통령 시기와 현재의 공약에서 알 수 있듯이 ‘극우’에 가까우면서 ‘미국 우선주의’가 추가된 성향으로 보인다.
극명한 성향 차이로 인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당선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해리스 후보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해 중립적인 영향을 전망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기업이익 및 금융소득 부분에서는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경우에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소비 부분에서 현재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현 상황에서 소폭 부정적인 영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트럼프 후보는 부정과 긍정이 혼재된 양상을 보일 것이다. 다만 투자 기회의 발생 여부와 새로운 환경 모색에는 트럼프 후보의 정책이 보다 긍정적일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트럼프 후보의 정책 자체가 워낙 극단적이다 보니 ‘모 아니면 도’ 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선이 종료 된 후 일단 확인해야 할 변수는 인플레이션, 이민정책, 세금 및 관세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해리스 후보는 친환경 및 복지정책 확대로 완만한 상승 추세가 나타나거나 하락 추세가 둔화되면서 중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후보의 경우 세제 혜택 연장, 관세 인상 등으로 물가 상승이 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해리스, 부유층·기업 증세…트럼프, 이민 규제
이민정책은 트럼프 후보에게 해당되는 변화인데 대통령 시기의 정책을 보면 미국으로의 이민자 수가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노동인구 부족으로 실업률이 하락하면서 임금은 상승한 포스트 코로나 초기의 모습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세금과 관세 부분에서 해리스 후보는 빈곤층 중심의 감세와 부유층과 기업 증세를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후보는 모든 계층과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누구의 정책이 더 긍정적일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관세정책이 결합됐을 경우 경제적으로는 트럼프 후보의 정책이 보다 부정적이다.
트럼프 후보의 보편 관세가 추진될 경우의 문제는 관세 부과 비용이 단순히 수출국에 청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출국과 수입국, 구매자 모두에게 관세 부과 효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제품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국민의 구매력 감소와 고물가 상황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달러에 있어서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굳이 현재의 전망을 수정할 이유가 없다. 달러는 점진적인 약세 기조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변동성은 상당 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다. 트럼프 후보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강달러를 만들어내는 정책인데, 본인의 의지는 개입을 통해서라도 약달러를 유도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트럼프의 의도가 국제사회에서 작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인위적인 개입 과정에서 달러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접근에서 해리스 후보는 이스라엘에 대해서 우호적이면서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해서는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극히 당연한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침략이 부당하는 발언을 이어 오고 있는데 문제는 지도자로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통령이나 검사 시절에는 이러한 발언으로 ‘착한 사람’으로 분류되겠지만, 당선이 된다면 ‘무능한 대통령’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경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친러시아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이스라엘 사태에 대해서도 빠른 해결을 모색하고 있어 단기적인 잡음이 커질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리스크의 단기화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 시 내년 2분기 이후 금리 인하 가속
트럼프 후보의 주요 공약에 비추어보면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단기적으로는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불법 이민자 중심의 규제 강화는 노동 공급 축소 요인이다. 최근 나타난 실업률 상승은 노동 수요 감소와 노동 공급 확대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노동 공급 확대의 주된 요인으로는 이민자 유입이 꼽히는데 Fed 역시 이에 동의하고 있다. 최근 고용지표의 냉각, 가령 실업률 상승세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와 빅스텝 인하 필요성이 높아졌다. 만약 트럼프 후보 당선 직후 단기적으로 노동 공급 제한으로 실업률 상승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올해 말에서 내년 1분기 중 금리 인하 속도나 인하 폭은 느리거나 크지 않을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나 보복관세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의 경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미국 물가 상방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재생에너지 정책 폐지와 화석연료에 대한 적극적인 채굴 허가는 오히려 유가 하락으로 이어져 물가 하방 리스크를 높일 수 있으므로 물가에 대한 영향은 중립적일 수 있다.
현재 트럼프 후보는 대선 전까지는 Fed의 금리 인하 결정이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하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2018~2019년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 후보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을 향해 유로존(ECB)과 같은 저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금리 인하 압박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대선 직후부터 내년 초 취임 이전까지는 앞서 본 대로 실업률 하락 기대에 인하 속도 조정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1기 때 Fed를 압박했던 행보를 감안한다면, 내년 2분기 이후부터의 금리 인하 속도는 민주당 정권이 지속되는 상황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트럼프 후보 당선 시 Fed의 독립성 축소, 예를 들면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인하에 동의하는 새로운 인물을 의장 자리에 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금리 움직임 역시 일시적으로 단기물 금리의 하락 속도가 억제되고 오히려 소폭 반등할 수 있다. 특히 인하 지연, 속도 조정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는 점은 장기물 금리의 하방 압력을 키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장단기 스프레드 역전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해리스의 녹색 전환 정책은 물가 상승 리스크
해리스 후보의 경우 관세보다는 간접적 제재 수단을 선호하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 당선 시나리오 대비 수입 물가 상승은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탄소·그린 전환 및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기존 민주당의 정책을 승계하는 부분이 있어 그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상방 리스크는 지속될 수 있다.
반면 이민 절차 간소화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이는 점은 노동 공급에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실업률에는 상방 리스크이므로 현재 Fed의 통화정책 전망 경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해리스 후보는 Fed 독립성을 보장하는 스탠스라는 점에서 파월 의장 임기가 확보될 수 있는 점도 현행 통화정책 기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9월 점도표에 따르면 9월의 빅스텝 인하를 시작으로 연내 추가 50bp, 2025년 100bp의 추가 인하가 전망되고 있다. 연착륙 시나리오하에서 이러한 정책 경로를 유지할 수 있다면 단기물 금리 낙폭은 두드러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정부지출에 대해 해리스 후보는 확대 기조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후보 당선 시나리오 대비 상대적으로 재정 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 물량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기물 중심의 발행 물량 확대로 공급 부담이 집중될 수 있어 5~10년물 금리는 공급 부담 이슈가 대두될 때 일시적으로 하락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장단기 스프레드는 현재 수준보다 점진적으로 플러스(+)의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내 석유 생산, 규제·증산 갈림길
원자재 시장에서 미국 대선에 따라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릴 섹터는 석유 시장으로 판단된다. 과거 트럼프 임기 때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40~70달러 가격대를 기록했고, 미국의 원유 생산은 900만 배럴(bpd)에서 1300만 bpd로 급증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연방 토지 내 석유·가스 시추 규제 완화, 수압패쇄공법 관련 규제 폐지, 송유관 및 가스관 승인 등 석유 생산 관련 규제들을 완화하며 생산을 장려했고 이는 3년간의 미국 원유 생산 급증을 이끌었다.
물론 바이든 정부 때에도 미국의 원유 생산은 1080만 bpd에서 1300만 bpd로 증가했으나, 유가가 40~120달로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서 원유 증산의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이는 연방 토지 내 석유·가스 시추 허가 중단, 수압파쇄공법 규제 강화, 송유관 및 가스관 안전 기준 강화 등 석유 생산 관련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해리스 후보자 또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정책을 이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리스 후보자는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수압패쇄 금지와 오염세 부과를 주장했고,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시절에도 엑슨모빌에 대해 위법 여부를 조사한 바 있어, 바이든 정부보다 더욱 화석연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 시 미국 내 석유 증산 속도는 가팔라지며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이며, 반대로 해리스 당선 시 생산 관련 규제 강화로 유가는 현 수준에서 지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트럼프의 대이란 강경책에 따라 이란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의 관세 공약은 세계 제조업 경기 악화를 불러와 유가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철금속 시장 중 구리 가격도 미 대선에 따라 전망이 갈리는 상황이다. 구리 가격은 과거 트럼프 당선 후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로 급등했으나, 2018년 대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며 급락세를 보인 바 있다. 트럼프 후보자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스탠스, 대중국 고율의 관세 부과는 구리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쇼어링·인프라 투자엔 한목소리
미 대선 이벤트는 여러 정책 향방을 가르는 변수가 되겠지만, 양 당이 모두 지지하는 영역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안전지대에 해당한다. 인프라 투자에 대한 방향성은 초당적 합의를 이루고 있는 대표적 영역이다.
대중 견제 정책과 해외직접투자(FDI) 유입, 그리고 역내 생산시설 이전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 또한 양당 공통의 정책 방향으로 들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무역패권을 두고 상호 대립 구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패권 경쟁자로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만큼은 일치한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리쇼어링 지속은 미국 내 제조업의 생산시설 증축과 필요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인프라 건설을 포괄하는 건설 지출 증가의 지속으로 연결된다. IRA 시행 이후 전력인프라 건설 지출은 제조업 건설 지출 대비 비교적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향후 미국 내 전력인프라 구축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맞물려 필요 전력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모두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업단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있으며, IRA와 CHIPS 지원 산업 범주에 있는 미국 안팎의 제조 기업들이 미국 내로 시설을 증축을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다.
이미 미국 내 전력 설비 노후화에 따른 정전 발생 빈도나 지속 시간이 길어지는 등 공급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전력망 현대화를 위한 공공 투자가 집행되고 있으며, 유틸리티 규모의 발전시설 증설 계획이 다수 예정돼 있다. 주요 전력 수요 지역과 발전 지역 간 거리 차에 따른 송전 시 전력 손실 방지 등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솔루션(스마트그리드) 수요 또한 높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 외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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