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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 공격에 이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양측 간 전면전 우려가 고조됐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보복을 예고한 데 이어 이스라엘 목표물 7곳을 로켓으로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과 레바논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끊기고 국제 유가는 반등했다.
○이스라엘 전투기, 베이루트 등 공습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9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전역을 수십 차례 공습해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100곳 이상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IDF는 발사대에 로켓 총 1000여 기가 들어 있었고 이스라엘을 즉각 공격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소식통은 이번 공격이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이날 공습은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가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하는 TV 연설을 하는 도중에 이뤄졌다. TV 연설이 송출되는 중에도 수도 베이루트 등 레바논 곳곳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일으키는 소닉붐(음속 폭음)이 터졌다. 다만 주요 인구 밀집 지역과 베이루트 핵심 지역은 공습을 피해 갔으며 즉각적인 사상자는 없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나스랄라는 지난 17~18일 일어난 대규모 통신기기 폭발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모든 경계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정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진지에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군인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전쟁을 일단락하고 총구를 레바논으로 돌리면서 양국 국경에는 언제든 전면전이 발발할 것이라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돈다. AF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측은 20일 오후 이스라엘의 주요 방어 기지와 이스라엘 군 본부 최소 6곳을 표적으로 150여 발에 달하는 다연장로켓인 카투사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번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도 즉시 반격하며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이날 이스라엘 군대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표적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가자전쟁 이후 소규모 로켓 공격·공습을 주고받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에서는 현재까지 사상자가 각각 40여 명, 700여 명 발생했다.
○하마스와 차원이 다른 전쟁 예고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에 나서면 중동은 걷잡을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레바논 무장정파이자 집권 세력인 헤즈볼라는 10만 명이 넘는 전투원을 보유해 ‘세계 최대 비정규군’으로 불린다. 전쟁 전 하마스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이들은 1982년, 2006년 두 차례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른 데다 시리아 내전 등에 참여해 전투 경험이 풍부하다.헤즈볼라는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무장 세력 중에서도 가장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로켓·미사일 20만 기 이상 등 막대한 장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가 괴멸적인 타격을 받으면 이란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이 확전을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외교의 시간이 끝났다”는 입장이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갈등이 고조돼 통제 불능인 전쟁 상태에 빠져드는 것을 피하도록 모든 당사자에게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액시오스는 다음주 이스라엘을 찾을 예정이었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위기감이 커지면서 항공사는 다시 이스라엘·레바논으로 향하는 하늘길을 폐쇄하고 있다. 에어프랑스와 KLM은 다음달 26일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 미국 델타항공은 올해 말까지 텔아비브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확전 우려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47% 오른 배럴당 71.95달러를 기록했다.
김인엽/한경제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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