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임용은 단순히 해외 유명 성악가가 한국에서 스승의 길을 걷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0년 여간 서울대 음대에 드리웠던 각종 비리와 사건 사고의 그늘에서 벗어나 '쇄신의 길'을 갈 수 있을 지 상징하는 것이어서다. 서울대 음대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교수들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2011년 제자 폭행으로 파면된 소프라노 김인혜, 2014년 개인교습 제자를 성추행해 파면된 테너 박현재 사태가 남기고간 파장이 여전하다.
지난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서울대 입학본부와 음악대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음악대학 입시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명목이었다. 서울대 뿐 아니라 경희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입시 심사와 관련해 심사를 맡았던 교수들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대대적으로 이뤄진 수사였다. 하지만 결과는 불법과외를 중개한 브로커 한명, 경기도 소재 음대 교수 한명의 구속으로 끝났다. 업계에서는 "꼬리자르기식 수사였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 수사를 받았던 음대 중 어느 한곳도 명백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결말이 난 것은 씁쓸한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잠시 유학을 다녀왔더니 가르침을 준 스승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전업 성악가로 성장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됐다. 성악은 몸이 악기인데, 테크닉을 갈고 닦아나가야 할 시기에 새로운 교수에게 적응하고 그들의 교수법을 다시 익히느라 애를 먹는 일이 많았다.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던 메조소프라노가 한국행을 결심하기까지 동료 성악가이자 서울음대 성악과장으로 재직중인 사무엘 윤 교수(베이스바리톤)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윤 교수가 서울음대 성악과 학과장을 처음 맡은 2023년엔 세르비아 태생의 독일 국적 테너 조란 토도로비치 교수가 임용되기도 했다.
이탈리아어,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 외국말로 쓰여진 가곡과 오페라 잘 부르는 가수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성악과에서 유학을 가지 않고도 외국인 교수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국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외국인 교수들이 한국 정서와 얽힌 비위에 노출되기 어렵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한 오페라계 전문가는 "직전까지 오페라 본고장에서 주역으로 노래했던 현역 성악가가 가르치는 실기 수업 방식은 무대에는 서지 않고 학생들만 가르쳤던 교수들의 방법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생생한 현장 경험을 갖춘 교수 채용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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