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은 인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자산 매각고 인텔의 일부 사업 영역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의 현재 시가총액이 약 932억달러(약 124조5200억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가 성사될 경우 테크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선 최대규모 인수는 690억달러 규모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였다.
다만 퀄컴의 인텔 인수가 실제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텔이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경쟁 당국의 반(反)독점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브로드컴은 퀄컴 인수에 나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무산됐다. 싱가포르계 기업인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엔비디아 역시 2021년 영국 반도체 기업 ARM 인수에 나섰지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하며 무산됐다.
인텔은 1970년대부터 50년 가까이 CPU 시장을 장악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 중심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진행된 AI 중심의 시장 트렌드도 따라가지 못했다. 2017년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투자금을 환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강점이던 CPU 시장에서조차 올해 경쟁업체인 AMD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인텔은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인텔은 지난달 사상 최악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전체 직원의 15%를 해고하고 투자도 대폭 줄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분사하고 유럽에서의 신규 공장 건설을 중단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기업 알테라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지난 20일 인텔 주가는 21.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서만 54.3% 떨어졌고, 최고점이었던 2020년 초와 비교하면 70% 가까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미래는 내년 초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내년 초부터 1.8나노(18A) 공정에 들어간다는 인텔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내년에 각각 2나노 공정에 들어가는 TSMC나 삼성전자보다 일찍 1나노대에 진입하게 된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리서치 분석가는 WSJ에 “인텔의 미래는 내년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칩 제조 기술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면 수익률을 개선하고 고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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