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나오던 지하 단칸방 생활"…'흙수저' 男의 인생역전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2024-10-06 07:00   수정 2024-10-06 10:40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2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캐주얼 게임 ‘머지토피아’가 4분기에 출시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도 제작이 확정됐습니다. 게임과 엔터 등 강력한 K콘텐츠 파워로 글로벌 종합 엔터기업이 되겠습니다.”

손창욱 고스트스튜디오 의장(1976년생)은 4일 “게임사의 변신은 무죄다”며 더 큰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이 회사는 ‘클래식 베가스 카지노(구글 다운로드 500만회 이상)’ ‘솔리테르 트라이픽스 져니(1000만회 이상)’ 등 북미에서 인기있는 게임을 만든 게임사다. 지난해 8월 미투온 최대주주인 손 의장이 엔터사 고스트스튜디오(지분 100%)를 320억원에 인수해 사업 영토도 넓히고 있다. 사명은 기존 미투젠에서 고스트스튜디오로 바꿨는데 엔터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손 의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본사가 홍콩에 있는 고스트스튜디오의 한국사무소는 서울 강남구 선릉로 577 조선내화빌딩 4층에 있다.


“글로벌 종합 엔터사 꿈” … 넷플릭스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 제작 확정

손 의장은 “우린 게임·웹툰·드라마·영화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유통하는 글로벌 종합 엔터사를 지향한다”며 “캐주얼 게임(짧은 시간 즐기는 온라인 게임)과 소셜 카지노 슬롯 게임 등 모바일·PC 게임을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3D(3차원) 매치 퍼즐 게임 '매치 미라클' 등 이 회사 게임의 누적 회원 수는 1억9000만명(지난해 말 기준)이다. 특히 국가별 매출 비중으로는 상반기 기준 미국 73.7%, 유럽 14%, 기타 9.2% 일본 3.1% 순이다.

4분기 내 출시 예정인 ‘머지토피아’의 경우 2개의 같은 아이템을 합쳐 상위의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나가는 머지 장르 게임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을을 직접 건설하고 중독성 있는 병합 게임 특유의 재미 요소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김세진 팀장은 “BI(Business Intelligence System) 마케팅으로 지역·연령·성별에 따른 유저 그룹별 특성에 따라 마케팅 집행과 최적화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손 의장은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웹소설·웹툰 IP(지식재산권)를 발굴해 게임·드라마로 제작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체 웹툰 IP로는 네이버웹툰 인기작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일본 라인망가 종합순위 2위)’ ‘하얀 스캔들(카카오페이지 로맨스 장르 주간 랭킹 1위, 100만뷰 기록)’ ‘튜토리얼 탑의 고인물’ 등이 있다. 카카오 웹툰 하얀 스캔들의 경우 드라마 제작이 확정됐다.

손 의장은 “시나리오 IP를 10개 이상 보유했고 ‘당신이 죽였다’처럼 게임·드라마·영화로 발전돼 수백억 매출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죽였다’의 경우 고스트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제작에 나선 작품이다. 특히 드라마 ‘악귀’ ‘VIP’의 이정림 감독이 연출을 맡아서 눈길을 끈다.


손창욱 의장 “드라마 매년 2편 이상 제작 … 시총 1조 기업 될 것”

손 의장은 “4분기 안에 대형 제작 계약이 또 있을 것같다”며 기대감을 더했다. 엔터테인먼트 수장인 그는 “주원, 권나라, 이다희, 김옥빈, 차주영, 이유비, 김성오 등 실력있는 연기파 배우 60여 명을 보유 중이다”며 엔터 사업 고속성장을 예고했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1위 넷플릭스와 첫 계약을 따낸 만큼 후속 수주도 기대한다. 그는 “매년 2편 이상의 드라마 제작으로 엔터 영토를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내년 매출 30% 이상, 영업이익 10% 이상 증가에 도전한다. 드라마 제작 매출 인식은 방영 시점에 잡히기 때문에 내년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5년 내 매출 3000억원 이상,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5년간 실적은 뒷걸음질 하고 있다. 2019년 매출 969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991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2.27% 증가, 41.17% 감소했다.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6.16%로 꽤 높은 편이다. 다만 상반기 매출 452억원, 영업이익 107억원으로 올해 실적은 전년보다 다소 못 미칠 수 있다.



신사업 시동에도 주가는 내리막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590원으로 연중 고점(1월 26일 고가 1만4980원) 대비 29.31% 떨어졌다. 공모가(2만6000원) 대비 59.27% 하락이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손 의장은 “2021년 상장 이후부터 매년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추가로 주주가치 제고와 사업 확장을 위해 시장 상황에 맞춰 자기주식 매입도 매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55억 매입 완료 후 모두 소각할 것” … 현금성 자산, 시총의 절반 수준

2020년 1주당 배당금 1152원, 2021년 945원, 2022년 1307원, 2023년 678원을 지급했다. 4년간 연평균 배당 수익률은 6.2%로 꽤 높은 편이다. 이 종목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배당금으로 1년마다 620만원을 챙긴 것이다. 손 의장은 또 “지난 7월 5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발표했고 매입 완료 후 주주들을 위해 모두 소각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총 주식 수는 1357만9892주로 최대주주는 미투온(지분 42.19%) 외 특수관계인 3인이 지분 51.58%를 갖고 있다. 자사주는 2.9% 정도다. 모회사인 미투온 최대주주가 손 의장이라 사실상 동시 경영을 하고 있다.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약 510억원(3823만5201달러), 단기금융상품 209억원(1572만1260달러)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143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10.42% 정도다.



투자 긍정 요인에 대해선 “자체 보유한 시나리오 IP와 60여 명의 실력파 배우들을 보유한 것이다”며 “엔터 사업 노하우가 쌓이면 제작 이익을 많이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드라마 제작 매출이 본격적으로 잡히면 주가 상승과 거래량 증가를 부를 것이다”고 덧붙였다. 고스트스튜디오의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2만2858주로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쉽지 않다. 이를 지적하자 “사업이 안정기로 가면 무상증자를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또 “자체 개발한 소셜 카지노 게임을 성공적으로 글로벌 순위권에 진입시켰고 이러한 개발·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솔리테르 장르와 트라이픽스 장르 게임을 흥행시켰다”며 “모바일 게임을 통해 축적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국내외 우수 콘텐츠 기업을 인수해 스팀마켓용 PC게임, 웹툰·웹소설, 연예 매니지먼트, 드라마 제작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성장 중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하 단칸방 월세 8만원서 살았다 … 단돈 2만원 가지고 상경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는 이른바 ‘흙수저 출신 사업가’다. 손 의장은 “세살 때부터 어머니가 안 계셨고 아버지가 두 형제(장남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차남 손 의장)를 홀로 키우셨다”며 “간경화 등 지병을 앓고 계셔서 살림살이가 좋지 않았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일례로 그는 “꿈에서 지렁이가 얼굴을 기어다니길래 손으로 볼을 비볐는데 실제 지렁이었다”면서 중학생 시절 단칸방 월세 8만원에서 한 가족이 생활한 경험도 얘기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엔 지하 단칸방이 습한 편이라 지렁이가 많았다고 한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가난을 성공으로 극복하려고 했을까. 그는 1995년 서울대학교(조선해양공학)에 입학하자마자 대구에서 단돈 2만원을 들고 상경했다. 당시 “대구~서울 무궁화호 열차 요금이 8000원대였다”며 “입학 후 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주유소, 오토바이 택배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과외 생활로 겨우 용돈벌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기들이 축제 때 술 먹고 연애 사업을 해도 그는 아르바이트를 갔다고 한다. 이런 열정이 통했는지 8학기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손 의장은 “형(손창환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의대(경북대 의대)를 수석 졸업하고 전액 장학금을 받아서 좋은 공부 머리를 물려주신 아버님(2005년 별세)께 매일 감사해한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신혼집 전세금 2억 빼서 미투온 창업 … “무한한 열정으로 도전하자”

대학 졸업 후 넥슨코리아, 넥슨 재팬에서 개발 팀장을 거쳤고 2005~2009년 프리챌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돼 회사 실적을 끌어올린다. 본인만의 회사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2010년 5월 첫째 딸 아이를 임신 중이던 아내와 상의 끝에 신혼집 전세금을 빼서 2억원으로 미투온을 창업한다.



적은 자본금과 6명의 초기 개발진으로 개발한 ‘풀팟 홀덤’ ‘풀하우스 카지노’ 등 소셜 카지노 게임이 대박 행진을 하면서 2016년 10월 코스닥 상장까지 하게 된다. 이때 공모자금을 활용해 2017년 홍콩 모바일 게임업체 미투젠을 인수했다. 미투젠은 북미 모바일 게임에서 대박을 내며 스팀마켓 PC 게임 개발사 조프소트프, 웹툰·웹소설 기업 미툰앤노벨과 블루픽 등을 인수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고스트스튜디오를 인수(지난해 8월)해 법인명을 고스트스튜디오로 통합하게 된 것이다.



손 의장은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은 최초의 충동을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며 “무한한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청춘들에게 조언했다. 이어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며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학창 시절 그는 힙합 댄스 동아리와 영화 동아리 활동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켰다고 했다. 어린 시절 절약 정신이 몸에 밴 그는 지금도 약 15분 정도 거리의 회사 출·퇴근을 걸어서 한다. 홍콩과 베이징 출장 때면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골프도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꿈을 이루기 위해 끝없이 질주하는 게 재미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건강 관리를 위해 하루 100개의 팔굽혀펴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
증권가 “엔터사업 인수 후 이렇다할 성과 없어 … 실력 발휘 필요”
회사를 다섯 글자로 표현해 달란 부탁에 “월드클래스”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차별화된 웹툰·웹소설·시나리오 IP를 기반으로 게임, 웹툰, 드라마 등 K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족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스트스튜디오는 소셜 카지노 게임을 주 소득원으로 하면서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며 “매년 25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고 중소기업치곤 높은 배당수익률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 다만 “엔터회사 인후 수 이렇다 할 콘텐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실력 발휘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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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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