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는 한국에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110년의 역사를 가진 마세라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우리가 독특한 럭셔리 브랜드임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압구정동 마세라티 강남전시장에서 만난 다카유키 기무라 마세라티코리아 총괄책임자는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장기적인 여정을 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마세라티는 한국 진출 17년 만인 지난 7월 마세라티코리아를 출범했다. 그동안 공식 법인 없이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수입해오는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국내 슈퍼카 시장이 커지자 본격적으로 판매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 마세라티의 판매 5대 주요국이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는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도로 풍경을 바꾸고 있다. ‘93대.’ 지난해 슈퍼카가 하루에 팔린 평균 숫자다. 1억5000만원 이상 슈퍼카는 작년에만 3만3999대 팔렸다. 2020년만 해도 판매량이 한 해 1만여 대 수준이었지만, 3년 만에 그 규모가 세 배 넘게 확대됐다.
이런 관점에서 마세라티코리아는 판매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다카유키 총괄책임자는 “판매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잔존가치가 낮아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판매량은 브랜드가 정립되고 나면 따라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카유키 총괄책임자가 언급한 잔존가치는 국내 시장에서 마세라티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차량 구매 후 중고차 가격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마세라티는 2015년 국내에서 1000대 판매를 돌파한 뒤 2017년 2000대를 넘어서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런 문제가 커지며 작년 판매량이 434대로 떨어졌다. 그는 “마세라티의 잔존가치는 한국이 일본보다 15~20% 더 낮다”며 “신차를 대폭 할인 판매했던 과거 세일즈 방식을 바꾸고, 잔존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 인증 중고차 사업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슈퍼카의 특징은 ‘개성’이다. 영국 슈퍼카들이 럭셔리를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라면 이탈리아 슈퍼카는 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고, 성격이 강한 차를 만든다.
마세라티는 이 강점을 살리기 위해 맞춤 제작 프로그램 ‘푸오리세리에’를 활용해 디자인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그레칼레 컬러즈 오브 서울’ 에디션을 최근 선보였다. 이탈리아어로 ‘맞춤 제작’을 의미하는 푸오리세리에 프로그램을 통하면 고객은 개성이 담긴 단 하나뿐인 슈퍼카를 제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로 불리는 MC20에 푸오리세리에를 적용할 수 있다. F1에서만 볼 수 있던 기술을 도로 위로 옮긴 ‘네튜노 엔진’을 장착했다. 제로백 2.9초, 최고 시속 325㎞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격은 3억3700만원이다.
국내 슈퍼카 시장이 커지자 마세라티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도 한국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올해 3월 전 세계 단 2대뿐인 ‘블랙 배지 고스트 청담 2종’을 선보이는 등 한국 시장에 애정을 드러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276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다. 한국(434대 판매)이 전 세계 일곱 번째 시장으로 올라선 벤틀리는 지난 11일 대형 세단 ‘더 뉴 플라잉스퍼’의 실물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했다. 마이바흐에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올 4월 전 세계 최초로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인테리어 콘셉트를 적용한 전시장을 한국에 열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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