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프로파일러 겸 작가(사진)는 지난 22일 경기 수원의 개인 집무실에서 생애 첫 소설을 낸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이제야 완성한 작품”이라며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상상력의 힘으로 만들어내면서 인고의 시간을 버텼다”고 했다.
표 작가는 이달 15일 소설가로서 첫 데뷔작인 장편 추리소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를 출간했다. 내용은 연말 분위기로 들뜬 도심 한복판에서 절단된 남성의 신체 일부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언론은 매주 금요일 밤 반복되는 이 사건을 ‘카스트라토 사건’이라고 부른다. 책 제목 ‘카스트라토’는 라틴어 ‘거세하다(castrare)’에서 유래됐다. 고음역대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변성기가 오기 전 거세한 가수를 가리키는 용어다.
범죄분석 전문가인 표 작가는 경찰대를 졸업하고 영국 엑서터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찰청 제도개선기획단 연구관, 경찰대 교수, 아시아 경찰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경기 용인정 지역구에서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미궁에 빠진 사건은 주인공인 프로파일러 ‘이맥’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전개가 빨라진다. 표 작가는 “30여 년 전 경찰로 활동했던 시절 강력범죄 사건 현장에서 느낀 부조리와 잔혹함을 소설로 풀어내고 싶었다”며 “당시 경험들이 몰입감 높은 스토리를 짤 수 있게 도와준 자양분”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에서 ‘정의’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맥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의를 그려냈다”며 “경찰 시절 끝까지 범인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을 반영했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탐정 캐릭터나 추리소설이 없었다는 것이 창작 동기가 됐다. 표 작가는 “영국의 ‘셜록 홈스’나 일본의 ‘명탐정 코난’처럼 각국의 개성이 담긴 탐정 캐릭터가 한국엔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한국적 매력이 담긴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통해 작품에 현실감을 더하고 플롯의 개연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아서 코넌 도일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이소현/사진=임대철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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