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팔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상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자가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다. 잘 팔리는 상품과 안 팔리는 상품을 묶음으로만 팔고, 개별적으로는 팔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는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주요국 경쟁당국이 법령을 통해 끼워팔기를 단속하는 이유다.
하지만 끼워팔기가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흔치 않다. 판매사의 시장 지배력이 얼마나 큰지, 끼워팔기 행위로 경쟁사업자가 배제되고 있는지 등 여러 요인을 두루 따지기 때문이다. ‘인질 마케팅’이란 신조어를 낳은 허니버터칩이나 포켓몬빵도 이렇다 할 제재를 받지 않았다.
플랫폼법의 타깃으로 거론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끼워팔기 상품을 보면 추가 입법까지 해서 단속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예컨대 네이버는 월 4900원짜리 유료 멤버십을 밀고 있다. 끼워팔기 구독 상품으로 클라우드 저장 공간과 디지털 콘텐츠 등을 묶어서 제공한다. 여기에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때 적립금 비율을 높여주는 혜택이 따라붙는다. 공정위의 용어로는 ‘자사 우대’에 해당한다.
플랫폼 기업이 내놓는 상품은 개별적으로도 구매 가능하다. 다만 묶어서 살 때 가격이 좀 더 저렴하다. 자사 결제 수단을 우대하긴 하지만 신용카드 등 다른 결제 수단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묶음 할인 상품이 사라지면 소비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벌써 플랫폼발(發)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겹겹이 쌓여가는 규제는 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기 마련이다. 플랫폼법 적용 대상이 아닌 스타트업까지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08년 미국과 유럽의 경제 규모는 거의 비슷했지만 2024년 미국과 유럽의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1.7배까지 벌어졌다. 한국이 과도한 규제로 활력을 잃어가는 유럽을 닮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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