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50만원 받았어요"…참다못한 독서실 총무 결국 [김대영의 노무스쿨]

입력 2024-09-30 13:00   수정 2024-09-30 13:15

법원이 "독서실 총무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총무가 매달 받은 월급은 40만~50만으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다. 독서실 대표는 "업종이나 근로자 숙련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일괄 적용할 경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패소했다.
최저임금 안 준 독서실 대표, 임금 소송서 패소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박민우 부장판사는 독서실 총무로 일했던 A씨가 대표 B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경기 광주의 한 독서실에서 2018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총무로 일했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월급으로 매월 40만원을, 2019년 4월부터 2021년 2월까진 50만원을 받았다.

A씨가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A씨는 최저임금대로면 매월 최소 95만원~최대 158만원을 받았어야 했다. B씨가 지급한 임금과 최저임금 간 차액은 총 3864만원으로 4000만원 가까이 임금을 체불한 셈이다.

B씨는 또 A씨를 예고 없이 해고하면서도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면 통상임금의 30일분에 해당하는 202만원을 해고예고수당으로 줘야 했다. 아울러 A씨는 퇴직금 486만원도 받지 못했다.
형사재판선 '근기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선고
B씨는 형사재판을 먼저 받게 됐다. 검찰은 근로기준법·퇴직급여법 위반 등의 혐의로 B씨를 재판에 넘겼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독서실 총무로 일하면서 개인적 공부를 했고 간헐적으로 회원 관리와 문의전화 응대 등의 업무를 수행한 아르바이트였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독서실 총무에게 최저임금 고시를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업종이나 근로자 숙련도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없이 적용해선 안된다는 취지다. A씨를 해고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B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형사재판에서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2심도,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당시 "B씨가 A씨를 해고한 사실이 인정되고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며 총무로 출근해 근무한 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최저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근로자 여부에 관해선 "독서실 좌석 규모, 이용자들과 시설 현황 등에 비춰 보면 A씨는 일하면서 수시로 등록·퇴실 등의 업무나 시설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카운터에 대기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해도 이러한 가능성이 근로자성을 부정할 사유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휴식을 취하고 공부를 했더라도 B씨의 지휘·명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도 내놨다.
"독서실 총무 최저임금 지급은 위헌"…법원선 기각
A씨는 형사판결이 확정되자 B씨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미지급 임금 4350만원과 해고예고수당 202만원을 청구했다.

B씨는 이 재판에서도 형사재판 당시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민사재판 결과 역시 다르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B씨의 주장들은 이미 형사사건에서 배척됐고 B씨가 제출한 자료만으론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판단을 뒤집기엔 부족하다"며 "독서실 총무에 대한 최저임금법과 최저임금 고시 적용이 위헌이라고 단정할 만한 사유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청구한 금액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간 독서실 총무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놓고 논란이 있어 왔는데, 대법원은 지난해 5월 독서실과 유사한 고시원 총무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당시 "고시원에 상주하면서 사무실 개방시간은 물론 그 외 휴식시간에도 고시원 운영자나 입주민이 요구하는 경우 수시로 관리 업무에 투입됐다"며 "업무의 성격, 평균적 (근무) 투입 시간, 실질적 휴식의 방해 시간을 구체적으로 산정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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