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2'의 흥행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다양한 장르의 한국 상업 영화가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들 영화는 5년 만에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와 경합을 벌이게 됐다.
먼저 '파묘'로 천만배우 반열에 오른 김고은이 노상현과 호흡을 맞춘 '대도시의 사랑법'이 10월 1일 첫 타석에 오른다.
부커상 후보로도 올랐던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책 '재희' 파트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렸다.
전작에서 MZ무당 화림으로 관객에게 인상을 남긴 김고은이 방황하는 청춘의 얼굴로 나온다. 애플TV+ '파친코'의 이삭 역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노상현이 성소수자 역할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
영화는 가진 건 패기뿐인 대학 시절부터 직장, 결혼 등 현실적인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까지 재희와 흥수가 함께한 13년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김고은, 노상현의 개성 있는 연기와 티키타카는 보는 이에게 웃음과 걱정, 그리고 응원을 자아낸다.
올해의 문제작이으로 꼽히는 '보통의 가족'은 10월 16일 개봉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 영화는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드라마다.
아이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파격적인 설정과 선택의 기로에 놓인 부모들의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양면성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당신이라면 아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설경구, 김희애는 '더문', '돌풍'에 이어 '보통의 가족'까지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게 됐다. 사생활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장동건의 6년 만의 영화이며 최근 이혼 소식을 전한 수현도 이 영화를 통해 국내 관객을 처음 만난다.
NCT 정재현의 스크린 데뷔작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도 같은 날 극장에 걸린다.
길을 걷다 죽음 예언자 준우에게 6시간 후 죽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된 정윤이 예견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범인을 찾아가는 타임리미트 감성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정재현은 죽음을 예언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준우로 변신해 스크린 도전에 나선다.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박주현은 죽음 예언의 주인공 정윤 역을 맡아 깊이 있고 다층적 감정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곽시양은 연쇄 살인범을 쫓는 강력계 형사 기훈 역으로 분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지난 7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경쟁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부문’에 초청되어 박주현 배우상과 관객상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10월 17일엔 정우, 김대명의 버디무비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가 출격한다. 무려 6년 전 촬영을 마친 이른바 '창고 영화'다.
이 영화는 두 형사가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의 각본을 쓴 김민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낮엔 수사, 밤엔 불법 업소 뒤를 봐주며 뒷돈 챙기는 형사 명득 역은 정우가, 명득의 친형제 같은 파트너 형사 동혁은 김대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는 강렬한 제목과 개성 강한 캐릭터, 연기파 배우의 완벽한 연기 앙상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우는 "저희 영화는 섹시하다"며 "전형적인 스토리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극장에서 보면 무슨 의미인지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류승룡, 진선규가 '아마존 활명수'로 관객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은 1626만명을 동원해 한국 코미디 영화 역대 흥행 1위인 '극한직업'(2019) 이후 5년 만에 시원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10월 30일 개봉되는 이 영화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벌어지는 코미디다.
'극한직업'(2019)의 시나리오를 쓴 배세영 작가가 각본을 쓰고 '발신제한'(2021)을 연출한 김창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류승룡, 진선규 뿐만 아니라 아마존 활벤져스 3인방으로 첫 한국 스크린 데뷔에 나선 브라질 배우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충무로 신스틸러 염혜란, 이순원, 고경표가 활약을 예고한다.
이렇듯 10월 극장가는 한국 영화 신작들이 몰리면서 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영화 외에도 한소희의 신인 시절을 볼 수 있는 퀴어 영화 '폭설', 이동휘·한지은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결혼, 하겠나?', 김종관·노덕·이명세·장항준 감독이 공동 연출하고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던 심은경이 6년 만에 출연한 한국 영화 '더 킬러스' 등 소규모, 독립 영화들도 다수 포진돼 있다.
이 가운데 '조커: 폴리 아 되'라는 막강한 할리우드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월 1일 극장에 걸리는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외화로는 이례적 성공을 거둔 '조커'(2019)의 속편이다. 아캄 수용소에 수감된 조커(호아킨 피닉스)와 할리 퀸(레이디 가가)의 운명적인 만남과 조커의 재판과정을 그린다.
전작에서 명연기를 펼친 호아킨 피닉스가 장르물과 시리즈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뒤집고 다시 조커로 돌아왔다. 여기에 팝스타이자 배우로 완벽하게 거듭난 레이디 가가가 할리 퀸으로 분해 광기의 앙상블을 펼친다.
'베테랑2'의 흥행 기세는 다소 떨어졌다곤 하지만 예매율은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 10월 다수의 신작이 개봉하면 1편에 이어 1000만 영화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테랑2'가 이런 회의론을 깨고 1000만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승자가 나타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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