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는데 공급 하세월…"그래도 청약통장 깨지 마세요"

입력 2024-09-29 17:10   수정 2024-09-30 00:26

“청약통장 깬 돈으로 집을 살 계획입니다. 내년부터 분양도 줄어든다는데, 1500만원을 통장에 넣어둘 의미가 적잖아요.”(서울 역삼동에 거주하는 30대 대기업 과장 K씨)

서울 아파트값이 27주 연속 상승세다. 하루라도 빨리 청약통장이라도 깨서 집을 사야 하는 건 아닐까. 요즘 무주택자와 갈아타기를 꿈꾸는 1주택자는 마음이 급하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에 경쟁률이 급등하면서 청약 당첨 가능성은 확 떨어졌다.

경쟁률도 그렇지만 가점 ‘문턱’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당첨선인 70점대를 받으려면 가족이 5~6명은 돼야 한다. 공공분양으로 눈을 돌려도 문턱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뉴홈(공공분양) 일반분양으로 나온 동작구 수방사 부지 당첨자의 최소 납입액은 2550만원. 21년을 꼬박 월 10만원씩 넣어야 채울 수 있는 금액이다.

용산·강남 입성을 꿈꾼다면 무조건 유지
1주택자나 다주택자 사이에서 ‘청약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분양은 가구원 전원 무주택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에서 기존주택 처분 조건으로 추첨제 물량의 25%만 해당한다.

수도권·광역시가 아니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도 추첨제에 편입된다. 하지만 전부 추첨제 물량인 전용 85㎡ 초과로 청약을 넣어도 물량이 많지 않은 게 문제. 더 나은 지역으로 ‘갈아타기’를 꿈꾸는 1주택자나 다주택자 입장에서 수도권 공공주택지구 물량은 큰 관심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달 말 기준 2548만9863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7430명 줄었다.

정부가 청약통장의 혜택을 대폭 늘렸다. 청약통장 납입액 인정 한도를 11월부터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리고, 연 2.8%에 불과한 금리를 연 3.1%로 지난 23일부터 높였다. 내년 1월부터는 청약저축 가입자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면 저축액(연 300만원 한도)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청약통장을 유지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공공분양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3년 이상 무주택자 중 통장 납입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통장을 유지해 놓고 납입을 중단했다가 일시불로 넣어도 일부 납입 회차로 인정되기도 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공분양은 일시에 넣은 금액이 인정받으려면 안 넣은 만큼의 기간이 더 필요해 꾸준히 납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 6회에서 24회까지 채워야 청약이 가능하다. 유주택자였다가 집을 팔아서 무주택이 된 다음에 3년만 채우면 통장 납입액 순으로 당첨될 수 있어 꾸준히 넣는 것도 중요하다.
1주택자도 ‘민간분양’에 기회
정부가 5~10년 뒤 핵심지의 공공 물량을 예고했다는 게 주목할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6000가구)다. 그린벨트 해제 물량(8만 가구)이나 3기 신도시도 노려볼 만하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자산이 적은 무주택자에게 기회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에 거주하려는 사람은 내집 마련까지 10년 정도 보면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민간분양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도 1순위 청약을 넣을 수 있는 게 공공분양과 다르다. 가점제와 추첨제로 당첨자가 선정된다. 추첨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전용 85㎡ 이하 가점 40%, 추첨 60%다. 전용 85㎡ 초과는 전부 추첨제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강남3구와 용산구, 수도권 공공주택지구, 전용 85㎡ 초과 공공건설임대주택에서 1순위 청약을 할 수 없다.

전용 85㎡ 초과 물량은 전부 추첨제여서 1주택자도 무주택 가점과 상관없이 갈아탈 기회가 주어진다. 박 대표는 “민간분양은 청약통장 선납이 빠른 기간 안에 인정되고 다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다”며 “추첨제 물량도 배정되기 때문에 굳이 해지를 안 해도 나중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조정대상지역에 청약하려면 2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1주택자까지는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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