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압력솥'이라 불리는 엔비디아

입력 2024-09-29 17:44   수정 2024-09-30 00:11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전 세계 시총의 60%를 넘어섰다.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엔비디아, 테슬라 등 혁신적 기업이 꾸준히 나타난 결과다. 월스트리트와 엔비디아, 테슬라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죽을 만큼 일한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공지능(AI) 수요가 너무 커서 소비자들이 초조해하고 있다”며 “세 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했다. 황 CEO의 자세는 기업문화로 나타난다. 엔비디아는 노동 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에서도 ‘압력솥(pressure cooker)’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직원들은 종종 새벽까지, 때로는 1주일 내내 일한다고 증언한다.
엔비디아·테슬라 성공비결
테슬라도 비슷하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4월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주당 100시간 일해봤는데 그건 비상일 때 하는 것이고 추천하지 않는다”며 “매주 80~100시간 일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주당 40시간 일하는 이가 1년 걸리는 일을 4개월 만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주기적으로 노동 시간 규제 얘기가 나온다. 5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한 신입 행원이 주당 100시간 넘게 일하다가 사망한 뒤에도 그랬다. 이후 BoA는 근무 시간을 관리하기로 했으며, JP모간은 신입 행원 근무 시간을 주당 80시간 이하로 제한했다. 골드만삭스는 금요일 오후 9시부터 36시간 사무실을 폐쇄하는 ‘토요일 규칙’을 시행 중이다.

강도 높은 노동은 기본적으로 강한 인센티브 덕분에 가능하다. 월가 신입 행원 연봉은 20만달러부터 시작한다. 약 5년 뒤 관리자(VP)가 되면 50만달러 이상 벌 수 있다. 엔비디아는 주가 폭등으로 최근 직원 8분의 1이 100만달러 이상 가치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직원 만족도를 높인다. 미국 반도체업계의 이직률은 평균 17%지만 엔비디아는 올해 2.7%에 불과하다.

제도적 뒷받침도 있다. 미국에선 근로 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없다. 법은 노동 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으면 초과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노동시간 줄인 유럽의 반성
한국에서는 근로자가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지만, 법적 제약으로 인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2018년 도입한 ‘주 52시간제’ 탓이다, 삶의 질 향상에는 도움을 줬지만 생산성 개선이 더디다. 근무 시간을 업종별로 유연화하자는 제안은 야당 반대에 부딪혀 있다.

주 52시간제는 기본적으로 유럽을 본떠 마련했다. 유럽연합(EU)은 근로 시간을 주당 48시간으로 제한한다. 프랑스(35시간) 등 대부분 회원국은 별도로 35~40시간으로 규제한다.

이런 유럽에서도 반성이 나온다. 2007년 약 14조달러로 비슷했던 유로존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023년 유로존 16조달러, 미국은 27조달러로 크게 벌어지면서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펴낸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소득 격차가 발생한 원인의 72%는 생산성 격차 확대다. 거기에 노동 시간 감소가 28%를 차지한다. 한국은 유럽을 따를 것인가, 미국을 지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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