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에는 푸들방·몰티즈방이 있다? [“개·고양이 키우면 세금 내라?” 논쟁④]

입력 2024-09-30 11:25   수정 2024-09-30 11:26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여부는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등 찬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이는 2020년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포함됐지만 당시 거센 반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안이다. 이번에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다시 검토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으나 민간위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는 2022년 대선 당시 반려동물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단순히 과세라고 생각해 반발하기에는 유실·유기동물 문제가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의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세금 부과 논의를 분수령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제도적 변화는 물론 사회적 인식이 변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2000만 명에 달하고 관련 산업이 8조원 규모로 성장한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한경비즈니스는 반려동물 세금과 관련한 논쟁 7가지에 대해 연재한다.
#. 푸들방·몰티즈방이 있다?
‘푸들방’, ‘몰티즈방’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까. A시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3일 후면 수십여 마리의 개들이 안락사에 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호소에 달려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다. 반려견 가구가 가장 선호하는 견종인 몰티즈(국내 양육 비중 25.9%), 푸들(21.4%)은 유기 수가 너무 많아서 아예 한 방에 몰아 별도 관리하고 있다는 소장의 귀띔이었다.

‘길이 60X너비 40X높이 51’짜리 철망 격리장을 가로세로로 층층이 쌓아두고 그 하나하나의 격리장에 푸들과 몰티즈를 넣어둔 감옥, 그게 바로 푸들방·몰티즈방이었다.


실제 한국의 반려동물 유기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만큼 그 수가 늘고 있다. 한 해 유실·유기동물 수가 10만 마리를 넘어선 상황이 2017년 이후 5년째 계속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반려동물 세금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유기된 반려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반려동물 소유자가 책임짐으로써 유기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한국 입양 문화에서는 무료 분양의 비중이 높은 만큼 세금을 매기면 반려동물 입양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실제 유기동물 수가 증가하는 데는 무료 분양 문화와 더불어 손쉬운 입양 문화가 한몫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입양 결정까지 1개월이 걸리지 않은 가구는 65.5%다. 이 중 27.1%가 단 하루 만에 입양을 결정하고 당일에 반려동물을 데려왔다.

개의 평균 수명은 약 10~13년, 최근에는 15~20년까지 길어졌는데 이들을 데려오겠다는 결심은 단 하루에 그쳤다. 반려동물을 기를 수 없다고 버리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금지되지만 해당 법령을 아는 반려가구는 55.3%, 절반에 불과했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양육 준비가 ‘충분했다’고 생각하는 반려가구는 전체의 28.4%에 불과했고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9.7%나 됐다.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반려인 자격시험을 도입해 실시할 만큼 ‘자격’을 따진다. 한국에서는 어떠한 교육 없이도 하루 만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도 ‘공짜’로.

파양도 손쉬웠다. 반려동물 양육자의 18.2%가 양육 포기를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파양의 이유는 짖음 등 행동문제(45.7%), 예상 외 지출 과다(40.2%), 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25%)였다.

기분만 낸 입양의 결과는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왔다. 국내 동물보호센터 시설은 총 228개소로 이 중 71개소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 157개소는 위탁 운영 중이다. 동물보호센터 인력은 총 984명으로 한 해 373억8512만원이 쓰인다. 전년 대비 79억1000만원(26.8%) 늘어난 규모다. 국세수입의 0.01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국세의 0.011%가 쓰이고 있지만 유기동물이 워낙 많다 보니 보호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228개의 보호소조차 격리공간 부족으로 안락사율, 자연사율이 답보하거나 증가해 전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게 현재 한국 유기동물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막고자 개인의 비용도 막대하게 투입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보호단체인 카라 한 곳의 2023년 수입만 64억8910억원이니(지출도 64억원이다) 전국 각지의 사설보호소와 비영리보호단체, 개인구조활동 등에 들어가는 법인·개인의 후원금은 국세 374억원을 뛰어넘고도 남을 것이다.

유기동물 문화의 특성상 비반려인보다는 반려인의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을 터이니 이미 수많은 반려인들이 유기동물 증가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떠안고 있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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