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D현대중공업, 선박 블록 협력사 인수한다

입력 2024-09-30 17:10   수정 2024-10-01 01:02


HD현대중공업이 조선 기자재 업체 이영산업기계 인수에 나선다. 통상 선박은 큼지막한 블록 200여 개를 조립하는 식으로 만드는데, 이영산업기계는 이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곡(曲)블록을 제조하는 업체다. 조선업 호황기를 맞은 상황에서 핵심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주요 협력업체를 품기로 한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블록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중국 업체로부터 공수하기 시작했다.
HD현대, 블록 업체 처음 인수하나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이날 마감한 이영산업기계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HD현대중공업이 블록을 제작하는 협력사 인수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 금액은 수백억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이영산업기계는 선박의 머리(선수)와 꼬리(선미)를 만들 때 필요한 곡블록을 10개 정도 합친 ‘메가 블록’도 2만t 제조할 시설을 갖췄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통상 필요한 블록의 30%가량을 협력업체를 통해 조달한다.

이영산업기계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22년부터 일감이 쏟아지고 있지만, 누적 적자에 따른 자금난으로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이 회사를 인수해 블록 내재화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조선사들은 배를 만들 때 레고 블록을 쌓듯이 필요한 크기의 블록을 크레인으로 옮긴 뒤 다른 블록과 용접한다. 블록을 제때 납품받지 못하면 선박 납기를 맞출 수 없는 구조다. 곡블록은 평평한 평(平)블록과 달리 휘어져 있기 때문에 제조 난도가 높다. 이로 인해 곡블록을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250m 길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만드는 데 필요한 블록은 약 200개다. 이 중 37.5%(75개)는 곡블록이다.
납기 지키려면 블록 수급 필요
HD현대중공업이 이영산업기계에 눈독을 들인 건 10여 년 만에 찾아온 ‘수주 풍년’을 잡기 위해서다. 블록을 원활하게 납품받아야 또 다른 배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해운사에 수십억~수백억원의 위약금도 물어줘야 한다.

블록 가뭄에 조선 3사는 일부 블록을 중국에서 사들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부터 중국에서 상선용 블록을 들여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중국 내 블록을 제조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중국 헝리중공업 등을 통해 블록을 매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이 다시 찾아왔지만, 기자재 업체 등 협력사 공급망은 과거 호황기 때만큼 탄탄하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 짓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신조선가지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27일 189.96을 기록했다. 지난주 189.95에서 소폭 오르며 역대 최고인 2008년 9월(191.6)에 근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내 전고점을 뚫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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