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에 발목…증권사, 신용도 '먹구름'

입력 2024-09-30 17:12   수정 2024-10-01 00:56

마켓인사이트 9월 30일 오전 9시 58분

증권사 신용등급을 하향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깊어지면서 증권사 재무구조를 훼손할 것이라는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분석이 나온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대형 증권사로 신용등급 강등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하반기 자기자본 1조~4조원대 증권사 가운데 BNK·iM·IBK투자·한화투자·현대차증권의 신용도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부동산 금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수익 창출력도 약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제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2020~2022년 부동산 금융 호황기 때 등급이 상향 조정된 증권사는 그에 걸맞은 수익성을 보여줘야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며 “수익 창출력 회복 지연으로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면 신용도 하향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가운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36.31%였다. 작년 3월 말(19.78%)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은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뜻한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잔액도 3월 말 3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9000억원이나 불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국내 증권사 신용도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20일 한국투자증권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현재 ‘Baa2’인 신용등급이 ‘Baa3’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3월 한국투자증권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다. 공격적인 발행어음 영업 전략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오히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도 내림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신용등급이 ‘A’인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케이프투자증권에 ‘부정적’ 전망을 책정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 위험성은 더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가운데 위험성이 큰 중·후순위 비중은 72%에 달한다. 대형 증권사의 중·후순위 비중(32%)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윤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 증권사보다 계열사 지원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장기간 금리 인상과 부동산 PF 부실이 겹치면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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