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일차적으로 꺼림칙함이라는 불쾌한 감정이 바닥에 깔렸다. 누군가 내 삶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니. 물론 사람마다 체감온도는 다르다. 현재 상황에 딱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정보에 뭐 대단한 게 있다고….”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일단 우리 삶에서 거대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하루 7시간 정도 사용한다고 한다. 이 중 절반은 휴대폰, 그리고 그 절반의 대부분은 앱 사용 시간이다. 하루 평균 3시간가량이 애플, 구글 등에 묶인 삶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유튜브.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유튜브를 본 시간은 총 1174억분. 매일 73분가량을 시청한 셈이다.
과도한 지배력은 지나친 수익으로 이어지기 마련. 국내 스마트폰 앱 시장의 약 85%를 장악한 구글과 애플은 앱 사용자들이 결제한 금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떼가고 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해 본 사람은 안다.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수준인가를. 지난해 1146개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고작 3.61%였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이 모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 상반기 평균 영업이익률도 6%대에 그쳤다. 그나마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오른 것이다.
‘봉이 김선달’식 장사를 하고도 그냥 입을 싹 닦았다. 구글코리아의 작년 추정 매출은 약 12조1350억원. 근데 법인세는 고작 155억원을 납부했다. 9조원 정도를 번 네이버가 5000억원 가까운 법인세를 낸 것과 비교하면 혈압이 오르는 수준이다.
더 큰 부작용도 있다. 번 돈의 3분의 1가량을 수수료로 내는 생태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 국내 게임회사들이 애플과 구글에 낸 수수료만 지난 4년간 9조원에 달한다. 혁신의 불을 지피는 데 사용돼야 할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는 것이다. 성장판이 닫힌 업종에는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진다. 최근 들어 네트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앱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이유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벤처투자자 크리스 딕슨의 비판은 신랄하다.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는 상상력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무언가 구축하는 일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저서 <읽고 쓰고 소유하다>에서)
네트워크를 장악한 거대 플랫폼의 폐해는 이제 몇몇 정보기술(IT) 업체의 푸념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우선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높은 수수료율부터 낮춰야 한다. 동시에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을 세심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뒤늦게나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근데, 미덥지는 않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과 애플에 ‘겨우’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던 선언조차 1년 넘게 제자리걸음만 하는 지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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