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로 ‘시모네(8) 마타임(200)’으로 불리는 8200부대는 1952년 설립됐다. 이스라엘 군사정보국 산하로 암호 해독과 신호정보 수집, 감청, 사이버전 등의 작전을 수행한다. 18∼21세 영재를 엄선해 최정예 요원으로 키운다. 활동 내용은 비밀이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더 있다. 2020년 1월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만나는 정황을 포착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 미국은 솔레이마니를 추적해 바그다드 공항 근처에서 드론 폭격으로 제거했다.
이란 핵 원심분리기를 무력화한 컴퓨터 웜 공격, 레바논 통신회사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 등도 있다. 지난해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오점도 있지만, 최근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삐삐 폭발’과 벙커버스터 폭탄을 사용한 나스랄라 제거 때 핵심 역할을 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시각·음성 정보의 인공지능(AI) 분석, 건물 창문 음파 탐지 등 첨단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8200부대 출신 중 복무 기간 습득한 첨단 기술을 전역 후 활용해 창업에 성공한 이도 많다. 이들이 설립한 기업은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 등 1000개가 넘고(포브스), 최소 5개사가 미국에 상장했으며 그 가치는 1600억달러(약 209조원)에 달한다(월스트리트저널).
한국 군 정보기관을 돌아보면 한심하다. 지난 정부는 당시 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를 ‘기무사화(士禍)’로 불릴 정도로 적폐로 몰아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국군정보사령부에선 군무원이 돈을 받고 중국 측에 비밀요원 정보를 넘겼고, 사령관과 여단장이 폭로·고소전을 벌이며 첩보망을 무너뜨렸다.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도 없어졌다. 모두 환골탈태해 ‘한국판 8200부대’ 기능을 갖춰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홍영식 한국경제매거진 전문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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