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후 라니냐 온다"…천연가스 ETN 후끈

입력 2024-10-01 17:18   수정 2024-10-10 15:39

폭염이 끝나고 올겨울 혹한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에 천연가스 상장지수증권(ETN)이 급등하고 있다. 겨울철 북반구 지역에 강추위를 몰고 오는 라니냐(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가 발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라니냐에 따른 이상기후로 농산물 작황이 악화돼 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고공 행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난방 수요 확대…연고점 눈앞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 천연가스 선물 ETN(H)’은 최근 한 달간 17.94% 올랐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의 2배를 추종하는 ‘하나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H)’은 같은 기간 38.75% 상승하며 전체 원자재 ETN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에 투자하는 ‘신한 WTI원유 선물 ETN(H)’은 한 달 동안 7.93% 하락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여름 경기 침체 우려로 조정을 받다가 최근 계절적 수요를 타고 급등했다. 천연가스는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여름철 냉방이 아닌, 겨울철 난방 수요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 겨울철 북반구 지역에 강추위를 몰고 오는 라니냐가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최근에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 천연가스 생산 및 공급 차질 우려도 천연가스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겨울철 수요 확대 기대로 천연가스 가격은 연고점을 눈앞에 뒀다. 천연가스 가격은 올초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인공지능(AI) 수혜 테마로 묶이면서 지난 6월 3개월 만에 약 두 배 올랐다.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보다 당장 발전 효율이 좋은 천연가스가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각된 것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천연가스가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신규 전력 수요의 60%를 공급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2달러대 후반에서) 연말까지 목표 가격인 6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농산물 가격도 상승세
세계적 기후플레이션에 따른 작황 악화로 농산물 ETF 수익률도 뜀박질하고 있다. 밀, 옥수수, 대두, 설탕 등에 투자하는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는 한 달간 5.66% 올랐다. 올 8월 연고점 대비 24% 하락하며 조정을 받은 ‘KODEX 3대농산물선물(H)’도 한 달 동안 5.43%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라니냐가 주요 곡창지대에 이상기후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남반구에 이상기후를 불러일으킨 엘니뇨(적도 부근에서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로 코코아 가격이 세 배 급등했다. 반대로 하반기에는 주요 곡창지대인 미국과 중국 등에 홍수 및 가뭄을 일으키는 라니냐가 도래해 농산물 가격이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 덩달아 비료 가격이 오른다는 점도 농산물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 질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된다. 암모니아 질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5~90%에 달한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수록 비료 가격도 뛰는 구조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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