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퇴근시키고 근로지원인이 야근?

입력 2024-10-01 17:47   수정 2024-10-02 01:32

중증 장애인을 돕는 ‘근로지원인’ A씨는 담당 장애인과 함께 처음 출근한 날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회사 사장이 “어차피 대신 일할 것 아니냐”며 근로자(장애인)에게 해야 할 업무 교육을 대신 받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다른 근로지원인 B씨는 장애인을 일찍 퇴근하게 하고 근로지원인만 남겨 잔업을 시키는 사업주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B씨는 “근로지원인을 마치 장애인에 딸려온 몸종처럼 부리려 들었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 근로자를 돕는 근로지원인 제도가 장애인 고용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근로지원인 제도는 맡겨진 업무는 할 수 있지만 부수적인 업무나 거동을 하기 불편한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한도로 지원해준다. 최근 고시 개정으로 본인부담금은 시간당 500원으로 조정됐다. 월 150만원의 급여를 받는 중증장애인이 월 100시간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받을 경우 내야 할 본인부담금은 월 5만원가량이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장애 인구 증가와 함께 근로지원인 서비스 신청자는 급증하고 있다. 신청 인원은 2020년 8525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1만759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는 8월까지 이미 1만8506명이 신청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근로지원인 수도 2019년 4420명에서 지난해 1만3571명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원 예산은 2019년 554억7700만원에 그쳤지만 5년 만인 올해 2424억58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다는 제도 취지를 망치는 ‘부정근무’다. 지원인이 맡는 업무는 어디까지나 장애인의 ‘부수적’ 업무다. 사업주의 직접적 지시를 받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사업주가 장애인의 ‘주된’ 업무를 근로지원인에게 직접 지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근로지원인이 고객(장애인)의 갑(甲)인 사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종(프리랜서·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근로자’만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정한 것도 문제다. 2022년 영세한 장애인 사업주 등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된 뒤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예산 부족도 ‘발등의 불’이다. 이전에는 시각·지체장애인 위주로 지원인 제도가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발달장애인 비중이 급등했다. 2021년 서비스를 신청한 장애인 중 54.8%는 발달장애인이었다. 2019년에는 근로지원인과 장애인 근로자가 ‘1 대 1’로 매칭됐지만 발달장애인 비중이 커지면서 2021년에는 1 대 3까지 허용했다. 예산 부족 탓에 연말엔 지원인을 쓰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장애인도 적지 않다.

김 의원은 “정부는 현장의 고충을 수렴해 현장지도와 함께 제도 미비점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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