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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한 얘기다. ‘블루홀(현 크래프톤) 창업 후 게임업에 어떻게 적응했나요?’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전에 그는 인터넷 검색 엔진업체 ‘첫눈’을 설립하는 등 게임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장 의장은 “그 정도 기간을 따져보니 약 1만 시간”이라며 “그래서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왔나 보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를 쓴 말콤 글래드웰은 어떤 분야에서 1만 시간 집중해서 연습하면 전문성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 의장 말대로 하루 10시간씩 3년이면 1만950시간에 달한다.
매일 10시간 근무는 상당한 업무량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7시 이후에 퇴근한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대부분 지금도 비슷한 강도로 일한다. 창업 초기 기업은 빠른 성장을 위해 업무 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회사 자원을 극대화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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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근로자는 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CNBC 방송의 미국 청년(만 13~34세)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집에서 업무를 잘 수행한다’고 답했다. 국내도 비슷하다. 8월 잡플래닛의 직장인 대상 조사를 보면 ‘우리 회사에 꼭 생겼으면 하는 복지’로 재택근무 등 자율 근무를 지목한 비율이 45.6%에 달했다. 2위 ‘금전적 지원’의 응답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워라밸이나 유연 근무 효과에 대한 성과나 의견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업종, 회사 상황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 첫 AI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노리는 리벨리온과 업스테이지를 보면 알 수 있다.
AI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은 창업 초기부터 전 직원의 사무실 출근을 독려했다. 반도체산업 특성상 발생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LLM을 개발하는 업스테이지는 전 직원의 재택근무를 택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개발이 원격 근무에 적합한 것도 있지만 해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선 고용과 해고, 근로 조건 등이 여전히 경직적이다. 국내에선 워라밸 논쟁보다는 고용 유연성에 관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기업이 필요로 하고, 근로자도 만족하는 업무 환경을 동시에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기업 스스로 적합한 근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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