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차세대 전동화 기술의 요람인 의왕 전동화연구소를 언론에 최초 공개하고 향후 2~3년내 상용화될 모빌리티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올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전동화와 전장 분야 등에 투자한 결과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일 경기도 의왕연구소에서 국내 주요 언론사를 초청해 '2024 연구·개발(R&D) 테크데이'를 개최했다. 당초 테크데이는 현대모비스가 격년 단위로 연구개발 성과를 모아 고객사에만 선보였으나 올해는 이를 외부에도 공개했다.
테크데이가 개최된 현대모비스 의왕연구소 전동화연구동은 연구 개발과 함께 시험 및 성능 평가, 품질분석 등 전동화 핵심 부품 개발을 위한 종합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시스템(BSA)의 개발과 평가,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기능 안전 시험, 전동화 부품 전자파 시험 등 다양한 R&D 활동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이영국 현대모비스 전동화엔지니어링실장(상무)은 "캐즘(일시적 둔화 현상)이라는 대외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곳 의왕연구소에서 수백여명의 연구진들이 차질 없는 연구개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전동화부품 경쟁력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상태로 이번 R&D 테크데이에도 유럽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번 테크데이에서는 전동화와 전장, 안전, 램프 등 65개의 주요 핵심기술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가운데는 15개의 세계 최초 기술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총 65종의 전시품 가운데는 전장부품이 21개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자율주행과 첨단 센서류, 주차지원 시스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커넥티비티를 아우르는 인포테인먼트 신기술이 주를 이뤘다.
의왕연구소 1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는 최대 탐지거리를 350미터로 늘린 고성능 전방레이더, 악천후 기상 상황에도 인식 기능을 개선한 적외선 카메라, 차량 케어에 특화된 생성형AI, 시야각을 넓힌 3D 디스플레이 등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주요 제품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선보인 주요 기술로는 '인덕터용 니켈 프리 금속분말 코어'가 있다. 인덕터의 코어는 니켈계 금속분말로 만들어지는데 고가의 재료라 전기차 가격이 높아지는 원인 중 하나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최초로 니켈이 들어가지 않는 금속분말 연자성 코어를 개발해 희소금속인 니켈의 가격변동 및 원가상승 리스크를 낮춰가고 있다.
샤시에서는 'e-코너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휠 내부에 구동모터를 장착한 차세대 구동 시스템 인휠 모터와 조향·제동·서스펜션 기능을 통합한 e-코너 시스템은 미래 모빌리티에 대응하기 위한 신개념 융복한 구조를 상징하는 현대모비스의 대표 기술 중 하나다. 각 가능의 독립 구동 및 90도 이상 조향이 가능해 크랩주행, 제로턴, 피봇턴 등 차별화된 미래 모빌리티 무빙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상무는 "e-코너 시스템은 향후 운전자에게 드릴 수 있는 다이내믹스 측면에서 어떤 시스템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하이엔드급 차량이나 좁은 공간에서 모션의 자유도가 이뤄져야 하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시스템 대비 얼마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인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실현한다면 조만간 주위에서도 e-코너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구동시스템과 배터리시스템, 전력변환시스템이라는 전동화 핵심부품 3대 개발 전략도 함께 발표했다. 앞서 2011년 하이브리드용 배터리시스템, 모터와 인버터 등 전동화 주요 부품 개발에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위부품에서 시스템, 더 나아가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로보틱스에 특화된 전동화 솔루션으로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의 3대 전동화부품 개발 전략 가운데 한 축인 구동시스템은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를 통합한 ‘3 in 1 구동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시스템을 소형화하고 고효율의 전자기 설계와 오일냉각, 전력모듈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목적기반차량(PBV)이나 AAM에 특화된 구동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시스템은 열관리 안정화 기술을 중점 확보하고 있다. 열 전이를 지연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천 방지하는 내열성·내화성을 갖춘 시스템 개발이 목표다. 또한 현재의 배터리셀-모듈-팩 형태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성 단계에서 모듈화를 건너 팩으로 직접 만드는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통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밖에 차세대 배터리셀이나 폐배터리를 활용한 선행기술도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력변환시스템은 전기차 충전용 통신 제어장치로 불리는 EVCC(Electric Vehicle Communication Controller)를 통합한 차세대 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를 중점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스마트홈 기능을 연결하는 궁극적인 전기차용 V2X(Vehicle to Everything)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이에 필요한 전력반도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수년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포함한 글로벌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일반 관람객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글로벌 고객사 대상 해외수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차원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미래 먹거리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R&D 전략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왕=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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