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록 앱 ‘하루콩’(글로벌 서비스명 데일리빈) 이용자는 대부분 외국인이다. 90%가 해외 접속자로, 이 중 미국 매출이 50%다.
세계 Z세대(디지털세대)를 사로잡은 이 앱을 개발한 사람은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27·사진)다. 블루시그넘은 기술로 세계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다. 윤 대표는 “감정을 간편하게 남기고자 하는 건 세계적인 수요”라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국경을 넘어 180개국 청년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용자는 콩 모양 아이콘을 선택해 그날의 기분 상태를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다. ‘행복한’ ‘신나는’ ‘불안한’ 등의 키워드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기록이 쌓이면 월간, 연간 분석 보고서가 나온다. 이용자는 스스로의 감정을 되짚고, 어떤 상황일 때 기분이 좋고 나쁜지를 깨닫는다. 윤 대표는 “신규 기능을 추가할 때도 간단하게 하루를 기록한다는 본질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틱톡 등 SNS에서 하루콩 기록이 유행하면서 해외 사용자가 확 늘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이 감정 이모티콘을 누르는 영상이나 분석 리포트를 올리기 시작하면서다. 기분 변화를 추적하는 심리기법인 ‘무드트래킹’ 유행을 이끌었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듯 이용자가 아이콘을 사서 취향대로 꾸밀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블루시그넘의 인공지능(AI) 기반 감정가이드 앱 ‘무디’도 해외 이용자가 80%다. 개인감정 기록을 바탕으로 심리치료 콘텐츠를 제공한다. 쌍방향 소설처럼 대화가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무디의 목표는 이용자 삶을 변화시키는 것. ‘라이프임팩트스코어(LIS)’라는 지표도 만들었다. 윤 대표는 “무디가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바꿨는지 1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도록 했다”며 “10점을 준 이용자의 비중을 높이는 게 회사의 가장 중요한 성과지표”라고 했다.
윤 대표는 대학 3학년이던 2019년 블루시그넘을 세운 학생 창업자다. 교내 과학축전에서 반려로봇 프로젝트를 준비한 게 정신건강 분야 창업의 계기가 됐다. 그는 “주변에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친구가 많았는데 병원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며 “감정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서비스가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블루시그넘은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컨소시엄을 이뤄 조현병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AI 기반 신규 맞춤형 심리상담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AI 스피커 등 다양한 외부 기기와 연동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자가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오늘 힘들었다’는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윤 대표는 “그렇게 쌓은 기록을 심리상담사에게 제공해 더 심층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우울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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