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영화 '서울의 봄' 무대인사에서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1979년 12월 12일, 보안사령관이 반란을 일으키고 군 내 사조직을 총동원하고 최전선의 전방 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여 진압군과 싸우는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제23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등 외국 유수 영화제에 연달아 초청받으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김성수 감독은 "이 영화에는 너무 많은 배우가 나와야 했다. 연기를 뽑아내는 사람이 연출자인데, 연기를 잘 못 뽑는 거를 잘 알아서 연기 잘하는 사람이 오면 할 일이 없다. 연기 잘하는 사람만 뽑으려고 했더니 캐스팅 어렵고 거절했던 분이 김의성, 박해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박쥐 같은 국방부 장관 역할을 맡은 김의성에 대해 "연극 하실 때, 제가 조감독 할 때부터 친했다. 젊은 날에 알던 김의성은 서울대 다니면서도 한강이란 극단에 나와서 우리 사회의 어둡고 아픈 부분을 담은 연극에 앞장섰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청년이다"라고 칭찬했다.
아울러 "본인이 그 시대에 정의에 섰기 때문에 이런 악당 역할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안 한다고 했었다. 스케줄 다 맞춰주겠다고 했다. 중간 부분에 합류해서 찍었다. 현장에 오면 장군 역할이 연극배우인데 자기 카드 주고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어른, 형 역할을 해줬다. 캐스팅할 땐 애먹었는데 하고 나선 너무 잘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김의성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전작 때문에 수염을 막 기르고 있어서 '제 꼴이 이렇다'고 했었다. 기다려 주겠다고 해서 저는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역할을 연기한 박해준에 대해 김 감독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최근 몇년 전부터 감독들이 제일 찾는 배우다. 원칙이 있는 배우라서 영화계에 왔다 갔다 많이 안 한다. 사적 자리에 출몰하지 않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저도 너무 하고 싶어서 연락했더니 내가 좋아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은 연기할 수 없다고 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압력을 넣었다. 나중에 다시 와서 해주겠다고 했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박해준을 꼭 캐스팅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박해준은 "너무 큰 작품이고 누가 될 것 같았다. 자신이 없어서 거절보다는 머뭇거렸다. 제 기억엔 잘하자고 했던 것 같다. 조금의 망설임이 감독님을 삐지게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개막작 '전, 란'을 비롯해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의 영화를 총 5개 극장, 26개 상영관에서 선보인다.
영화제는 오는 11일 오전 결산 기자회견과 시상식에 이어 폐막작 '영혼의 여행'(감독 에릭 쿠) 상영으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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