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생산된 쌀을 다 소비하지 못하는데도 수입하는 것은 30년 전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벌어지는 일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농민들의 강한 반대와 식량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저율할당관세 방식으로 쌀을 수입했다. 저율할당관세 물량은 1995년 첫해엔 5만t 정도였지만 2014년 40만t으로 늘어났으며 이후에도 40만t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쌀이 안팎에서 쏟아지다 보니 정부는 물량 조절과 쌀값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뾰족한 방법이 없어 2005년 도입한 게 시장격리와 공공비축 제도다. 정부가 쌀을 사 쌓아두는 게 핵심이다. 올해 매입하기로 한 쌀이 45만t이니 한 해 남는 쌀 대부분을 사들이는 셈이다. 이렇게 쌀을 사들이는 데 연간 4000억원 안팎이 들고, 비축미를 관리하는 예산은 내년 4561억원으로 책정됐다. 농민 수입 보전을 위한 비용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쌀 생산량을 소비량에 맞게 줄이고 의무수입물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거대 야당은 초과 생산 쌀에 대한 정부 매입을 강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대통령이 공급 과잉 확대와 막대한 예산 투입 등 부작용을 우려해 이미 거부권을 행사했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은 8월 당론으로 채택하고 가을 국회 재상정을 준비하고 있다. 농심을 빙자한 표만 생각하는 당리당략에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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