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찬반으로 나뉘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반려동물 증가로 늘어난 각종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개 식용 금지 로드맵을 이행할 자금도 이 세금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려동물 보유세가 생기면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만 동물을 키워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하면 세금 회피 심리로 인해 버려지는 동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동물 의료보험에 대한 논의 없이 세금만 부과하려 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반려동물 수가 많아지면서 각종 사고도 덩달이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건수는 2019년 2154건에서 2022년 2216건으로 증가했다. 동물 유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증가 추세다.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2018년 200억원에서 2022년 294억원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반려동물의 배변 처리 비용에도 세금이 들어간다. 결국 이런 비용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의 핵심 논리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비용을 내야 한다는 이른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추진 중인 개 식용 금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반려동물세제 도입을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2027년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해 개 사육 농장의 폐업 및 전업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보유세가 신설되면 반려동물 유기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반려동물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 반려동물 양육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선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고 있다. 독일에선 반려견 보유자에게 연간 120~180유로(약 17만~26만원)의 세금을 지방세 형태로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조세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아직까지 반려동물 보유세를 신설할 정도로 사회적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최근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오히려 세금이 반려동물 문제를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세금이 신설되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고 유기하는 일이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 노인을 비롯한 사회적 취약층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유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려동물 사육 가구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유세를 걷으면 세금 부과 대상 가구를 조사하는 데 더 많은 행정비용이 들 수도 있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독일에서도 실효성이 없어 반려동물 보유세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시골에서 노인들이 집 지키는 용도로 개를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한테 세금을 내라고 하면 차라리 개 키우길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세금을 부과하기 전에 여러 혜택을 먼저 늘려야 한다고 주장도 있다.
사람처럼 동물병원 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강조하면서 “동물을 등록하고 세금을 내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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