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여유로운 MBK…베팅 때마다 영풍이 뒷감당

입력 2024-10-06 20:25   수정 2024-10-06 21:30


MBK파트너스가 지난 4일 고려아연 분쟁에서 거침없는 공세를 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맞서 곧바로 공개매수가격을 올렸다. 최대 1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MBK파트너스의 6호 블라인드 펀드, 영풍과 맺은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 등이 이 같은 공세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콜옵션 계약으로 공개매수가 인상 부담을 영풍에 상당 부분 넘기는 구조를 짰다.
○유동적 콜옵션 행사 가격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공개매수로 사들인 고려아연 지분에 영풍 및 장 고문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합친 뒤 이 가운데 50%+1주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게 계약의 골자다. 이에 따라 영풍 등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33.1% 가운데 상당수를 MBK파트너스에 팔아야 한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최대주주에 올라서도록 돕는 구조다.



콜옵션 행사 가격이 이 계약의 변수다. 콜옵션 행사 가격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주당 매수 평균단가를 고려해 조정하기로 했다. 공개매수가가 올라갈수록 MBK파트너스가 장씨 일가 지분을 사들이는 가격은 낮아지는 구조다. 예컨대 영풍이 기존에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이 30주이고, MBK 연합이 공개매수로 21주를 샀다면 MBK파트너스는 영풍 측으로부터 5주를 사와 영풍 측보다 1주를 더 가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이때 5주를 사는 가격이 처음에 10만원이었다면 공개매수 가격을 2만원 올릴 때 콜옵션 행사가를 5000원 낮춰주는 식이다.

콜옵션 행사 가격은 MBK 연합이 최종적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인 주식 수와 공개매수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방식으로 콜옵션 행사 가격을 유동적으로 설정하면 영풍이 당장 현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는 부담을 MBK파트너스와 나눠 질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장씨 일가가 경영권을 내려놓고 MBK파트너스 전략에 협조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구체화됐다.

장씨 일가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MBK에 공개매수가를 밑도는 가격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매각할 때 잔여 지분을 함께 붙여서 파는 권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는다면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장 고문이 경영권을 내려놓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콜옵션 구조”라며 “최 회장 측은 장 고문 쪽보다 지분이 적고 경영권을 쥐고 있길 원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따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MBK에 흔들리는 고려아연
MBK 연합은 이 같은 콜옵션를 바탕으로 최 회장 측에 맞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MBK 연합은 최 회장과 똑같은 가격만 제시하면 된다. 공개매수를 MBK 연합이 먼저 시작한 만큼 먼저 끝난다. 투자자는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를 계속 올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고려아연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만큼 이 회사가 3조원 넘는 차입금을 조달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하는 안건을 의결한 이사회에는 일부 외부 인사가 불참했다. 배임 우려가 있는 안건이 오른 만큼 의도적으로 이사회에 불참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MBK 연합은 해당 안건에 찬성한 이사진을 형사 고소한 상황이다.

최씨와 장씨 집안의 분쟁 틈바구니에서 MBK파트너스는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다. MBK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인상해도 손해를 보는 것은 보유 지분을 더 싸게 넘겨야 하는 영풍 측이다. MBK 연합에 맞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고려아연도 차입금 부담이 점점 커진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된 고려아연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끝나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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