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외국인 실업급여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내에 취업(F-4, H-2 비자)한 중국 국적 동포가 납부한 고용보험료는 317억4100만원이었지만 이들이 받은 실업급여는 341억7600만원이었다. 24억원가량 고용보험 적자가 난 셈이다. 이런 적자는 2020년부터 최근 5년 동안 한 해(2023년)만 제외하고 되풀이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중국 동포 취업자 중에서 상당수가 단기 취업 후 이직을 되풀이해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수령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은 정부가 지정한 사업장에서 근속해야 하며 이직도 최대 2회로 제한된다. 이에 비해 중국 동포 등 해외 동포에게 발급하는 F-4 비자는 사실상 체류 기간 제한이 없고 단기 취업 후 이직하는 것도 자유롭다. 영세업체 인력난이 심각한 가운데 ‘언어 장벽’이 없는 중국 동포는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워 짧은 기간 일하다가 퇴사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 사업장에서 실업급여를 3회 이상 수급한 국내 근로자도 11만17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실업자 보호 및 재취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실업급여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횟수 제한 없이 반복수급 인정…작년 3회이상 수급자 역대 최대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실업급여 등 고용 관련 보험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한국 체류가 안정적인 외국인은 한국인처럼 짧게 일하고 퇴사하는 것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받을 수 있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년 내 한 사업장에서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받은 국내 근로자는 2019년 8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177명으로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2회 이상 수급한 외국인 근로자는 같은 기간 787명에서 2010명으로 급증했다. 3회 이상 반복 수급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9년 129명에서 지난해 248명으로 늘었다.
중국 국적 동포처럼 역전까지는 아니지만 고용보험 납부액 대비 지급액(실업급여)이 높은 외국인 근로자는 주로 전문인력(E-7) 비자, 재외동포(F-4) 비자 등을 통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경우다.
예컨대 일본 국적 근로자는 올해 7월까지 고용보험료를 15억2200만원 냈는데, 실업급여로 15억1100만원을 받았다. 고용보험료 납부액 대비 실업급여 수령액 비율이 99.2%에 달한다.
반면 고용허가제로 불리는 비전문인력(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근로자는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근로자의 올 7월까지 고용보험료 납부금은 22억3000만원이지만 타간 금액은 5억5000만원으로 이 비율이 24.6%에 그친다. 베트남 출신 근로자(28.7%), 필리핀 출신 근로자(33.2%)도 마찬가지다.
이직이 제한되고 짧은 체류 기간(최대 4년10개월, 1회 연장 가능)에 돈을 최대한 벌어 가야 하니 실업급여를 타낼 엄두를 내기 어렵다. 납부액 대비 실업급여 지급액 비율도 낮다.
외국인 가입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고용보험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9년 10만 명을 조금 웃돌았지만 지난해 37만1158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7월 기준으로 39만3900명이 가입해 이미 지난해 가입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와 비례해 고용보험료 부과액은 2019년 608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1434억16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1월부터 외국인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다.
곽용희/강경민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