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일 하며 月100만원도 못 벌더니…240억 주식 부자된 트루엔 대표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2024-10-20 07:00   수정 2024-10-27 11:59

국내 지자체 방범 CCTV 1위
안재천 트루엔 대표 인터뷰

“시큐리티 IP 카메라·홈 카메라
AI 기능 더해 연말부터 신제품 출격”

주가는 고점 대비 57% 폭락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가능성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2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시큐리티 IP 카메라(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카메라)와 홈 카메라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넣은 신제품이 연말부터 차례로 출격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영역에서 온디바이스 AI 카메라 역할을 확장하겠습니다.”



안재천 트루엔 대표(1965년생)는 지난 18일 1년 넘게 준비한 ‘비밀병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온디바이스 AI 카메라는 스스로 학습, 사고, 판단하는 첨단 AI 카메라로 뛰어난 확장성과 압도적인 데이터 처리 능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 비상상황에 대해 능동적·선제적 대응이 가능하고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판단하는 딥러닝 기능이 탑재된 게 장점이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드론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트루엔은 지능형 IP 카메라, 영상 스트리밍과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등 연구 및 개발 기반의 차별화된 지능형 영상 감시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국내 공공조달 영상감시 솔루션 시장 점유율 1위다. 쉽게 말하면 지차제 방범 CCTV 선두다. 국내외 특허는 영상 정보 표시 방법 및 전자 장치, 차량용 번호판을 인식하기 위한 전자 장치, CCTV 영상을 이용하여 오브젝트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 및 전자 장치 등 10건이 있다.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5명인데 48.5%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본사는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 33길 28(우림이비자센터 1차) 빌딩에 있다.


청약 증거금 5.5兆 몰렸던 트루엔 … 고점 대비 주가 57% 폭락

2005년 설립된 트루엔은 지난해 5월 17일 코스닥 상장했다. 지난해 4월 27~28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688.8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희망 가격 최상단(1만2000원)에 결정됐다. 특히 일반 투자자 경쟁률은 1471.8 대 1을 기록했고 증거금으로만 5조5579억원이 몰렸었다. 지난해 5월 17일 상장했는데 시가는 공모가 대비 61.17% 오른 1만9340원에서 출발했고 장중 2만75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거래량은 1381만주가 터졌고, 종가는 1만7200원에 마감한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모멘텀 없이 주가는 내리막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8780원으로 고점 대비 57.69% 폭락했다.



안 대표는 “주력 사업 아이템은 시큐리티 IP 카메라인데 정부 기관과 지자체 등에 물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5대 광역시 구청, 한국전력, 국방부 등 내수 거래처만 1000곳 정도다. 해외는 중소기업 50여 곳과 거래한다. 5년 전부터 가정용 IoT 홈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B2B(기업 간 거래) 영업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사업 반경을 넓혔다.



공격 영업으로 실적 또한 우상향이다. 2019년 매출 285억원, 영업이익 81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472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65.61%, 40.74% 증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매출 557억원, 영업이익 14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엔 매출 243억원, 영업이익 62억원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안 대표는 “연말부터 1년 이상 준비한 신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홈 카메라에 AI 기능을 넣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아이의 이상 움직임에 반응하고 정해놓은 구역을 벗어나는지 영상을 자동 분석해 부모에게 알림을 한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1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과 애완동물 등 움직이는 생명체는 모두 확인 가능하다. 홈 카메라 ‘이글루(egloo)’의 경우 올 들어 판매량(1~9월)은 6만6407대로 전년 동기(3만8323대)와 비교해 73.28% 늘었다. 홈 카메라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고 주부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두 번째는 AI 기능 세 가지를 담은 시큐리티 IP 카메라 ‘TA 시리즈’다. 이 제품은 내년 초 판매 예정인데 디노이징 기능(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게 해줌)과 사람 인지, 차량 번호 인식 등의 기능을 담았다. 한 카메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돼 ‘일당백’의 효과가 기대된다. 신제품 매출은 내년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이어 내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

안 대표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 이어 내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매출·영업이익)에 도전하겠다”며 “AI 카메라 고도화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 해외 거래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트랜스패어런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영상감시 시장은 2020년 53조원에서 2027년 146조원으로 세 배가량 커질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국내 영상감시 시장은 3조8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모도 인텔리전스에 의하면 글로벌 AI 영상분석 시장은 2023년 23조7000원에서 2029년 99조원으로 4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트루엔은 미국,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글로벌 영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는 25.72% 하락했다. 이에 주가 부양책을 묻자 안 대표는 “지난해 6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고, 첫 배당(1주당 200원)도 실시했다”며 “투자자들이 믿고 성장할 수 있는 상장사가 되겠다”고 답했다. 안 대표는 “2028년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산 CCTV 교체 움직임도 트루엔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트루엔의 5년간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26.21%다. 1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2600만원 남기는 것인데 중소기업치곤 굉장히 높은 편이다. 그 이유에 대해 “경쟁 회사보다 비싸게 팔거나 제품을 싸게 만드는 건 쉽지 않다”며 “원자재 구매부터 판매까지 영업 구조를 단순화한 것이 우리 이익률의 비결이다”고 답했다. 이 회사는 총판 없이 직판으로 해 중간 유통 비용도 없앴다. 안 대표는 인터뷰 중간중간 효율성을 강조했다.



스마트 IoT 솔루션 시장도 적극 개척한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IoT 시장 규모는 2019년 70조9000억원에서 2027년 130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봤다. 트루엔은 AIoT(인공지능융합기술) 기술을 활용한 맞춤 서비스와 자체 유료 구독 서비스 매출로 국내와 해외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총 주식 수는 1099만9650주로 안재천 대표(지분 24.89%) 외 특수관계인 3인이 지분 41.51%를 갖고 있다. 창업 멤버인 구성모 씨가 지분 9.97%, 자사주 4.83%, 외국인 지분율 0.38%로 유통 물량은 약 45% 정도다.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284억원, 투자 부동산 37억원이다. 부채비율은 7.46%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고 자본유보율은 8452.75%로 재무 상태가 우량하다.


첫 출발은 삼성그룹 … 240억 주식 부자로 우뚝

안 대표는 1990년 삼성SDI에 입사해 5년간 근무했다. 1995년 영상보안장비 전문기업 나다텔에서 10년간 경험을 쌓은 후 2005년 창업했다. 그는 “창업 1년간 새벽 근무를 했는데 월급 100만원도 집에 가져가 본 적이 없다”며 생활고로 힘들었던 삶을 회고했다. 이어 “전 직장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겨우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며 “광주 지하철 개통 때 비디오 서버 판매로 보릿고개를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결심했을 때 당분간 월급이 없어도 스트레스를 안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며 “가장으로서 그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창업 1년간 손가락 빨 정도로 가난했던 그는 20일 240억원 주식 부자로 성장했다.



청춘들에게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아직 제가 그럴 위치가 안 된다며”며 한사코 거부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먼저 돌아봤다”며 “재미로 일을 시작했지만 의무, 책임감, 성취감을 중요시했다면서 각자의 키워드를 인생 우선순위로 두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봉 KB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 AI 시스템온칩(SoC) 기업 헤일로와 협업 제품을 지난 3월 출시해, SoC 조달처 다변화 및 고객 저변 확대가 기대된다”며 “지난 7월 아마존을 통해 IoT 제품을 런칭하는 등 국내 지자체 및 정부기관에 편중된 매출 해소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업구조 특성상 지자체 및 정부기관의 경우 하반기 비용 집행이 늘어나 트루엔이 수혜를 볼 수 있고, 묻지마 범죄 등으로 공공 AI CCTV 설치 필요성 증가도 호재다”고 분석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IP 카메라 태동기인 2005년 창업해 동사 최초 제품인 영상 전송 코덱을 개발해 사업적 발판을 마련한 기업이다”며 “이후 메가 픽셀 카메라, PTZ 카메라 등 고품질·고성능 IP 카메라를 지속적으로 출시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력 시장인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안정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중국산 제품 배제 움직임이 있어서 중장기 매출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3년간 연평균 연구개발 비용은 매출액 대비 6.44% 수준인데, R&D가 많이 이뤄지는 업종이 아니라서 유휴 현금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현금 창출은 안정적으로 되고 있는데 타법인 출자나 신규 M&A 등 사업 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주가가 낮은 만큼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시급하다”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또는 배당성향을 높이는 방향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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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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