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조 뭉칫돈' 채권시장에 유입…WGBI 편입 여부 촉각

입력 2024-10-07 15:41   수정 2024-10-08 09:32

이 기사는 10월 07일 15: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를 놓고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편입에 성공하면 국내 채권시장에 최대 700억달러(약 94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이 유입된다는 기대에서다. 그만큼 네 번째 편입 도전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크다. 하지만 이번보다는 내년 3월 편입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이 오는 8일(현지시간) 오후 정례 시장 분류를 발표한다. 우리 시간으로는 공휴일인 오는 9일 오전 5시쯤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WGBI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 지수(BBGA), JP모간 신흥국 국채 지수(GBI-EM)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미국·영국·캐나다·일본 등 주요 24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다. 연기금을 비롯한 초우량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수치다.

WGBI 신규 편입은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정기 리뷰를 통해 이뤄진다. 한국은 2022년 9월 편입 전 단계인 관찰 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 국가 중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WGBI 추종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원 달러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WGBI에서 한국 비중이 2.3~2.4%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약 580~700억달러의 신규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FTSE 러셀은 △국채 발행 규모(500억달러 이상) △국가신용등급(S&P 기준 A- 이상 무디스 기준 A3 이상) △시장 접근성 등을 따져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 가운데 정량적 기준인 국채 발행 규모와 국가신용등급은 충족한 상태다.

문제는 정성적 기준인 시장 접근성 부문이다. WGBI 편입을 위해선 시장 접근성 레벨을 2단계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한국의 시장 접근성 레벨은 1단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국채 시장 접근성 개선을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6월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가 개통했다. 이 덕분에 외국인은 국내에 개별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ICSD 계좌를 통해 편리하게 한국 국채를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외환시장 운영시간도 연장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됐던 외환시장은 새벽 2시까지 운영시간을 늘렸다. 해외 투자자들이 더 편하게 외환 거래를 할 수 있게 지원하자는 취지다.

하반기 들어서도 정부는 WGBI 편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러 차례 주요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편입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심사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WGBI 편입이 적절한지 물어보는 설문조사 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투자자 설득에 초점을 맞췄다. WGBI 추종 자금의 약 30%가 일본 투자자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추종 자금이 많은 편이다. 보수적인 일본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WGBI 편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WGBI 편입이 성공하면 국채 시장 선진화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늘어나는 재정 지출로 국채 발행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이 투입되면 재정 운용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국채 이자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매수에 따른 채권금리 인하(채권가격은 상승)로 연간 1조원 안팎의 국채 이자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실제 자금 투입은 편입 이후 18개월 또는 24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 등 크레딧 시장에도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WGBI 편입으로 신용등급 AAA급 최우량물인 국채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아지는 회사채 등으로 투자를 우회하는 기관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내년 3월’ 편입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각종 제도가 도입됐지만, 투자자들이 느끼는 시장 개방성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예컨대 유로클리어 도입 이후 실제 외국인 투자자 사용 비율은 낮은 편이라는 게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만약 올해 편입이 불발되더라도 채권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정기 리뷰를 통해 시장 접근성 2단계로 상향된 뒤 내년 3월 편입을 노리는 게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WGBI 편입에 앞서 선반영된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도 많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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