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한국 노리는데…중국에 먹잇감까지 던져준 정부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입력 2024-10-07 15:05   수정 2024-10-07 16:38


정부가 민간 기업의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중국 시멘트 업체들이 이를 발판 삼아 노골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것으로 7일 드러났다. 호시탐탐 국내 건설 시장 진입을 노리던 중국 시멘트 업계에 이번 국토교통부의 정책 발표가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시멘트 가격을 잡기 위해 꺼냈던 카드가 자칫 국가 기간산업을 중국에 넘겨주는 실책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중국 시멘트 기업은 최근 한국시멘트협회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확인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들은 ‘중국 시멘트 수입을 한국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는지’, ‘실제로 한국 건설사들이 중국 시멘트를 수입할 의사가 있는지’ 등을 협회에 문의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시멘트 업계 고위 간부가 방한했는데 ‘우리는 한국 시멘트 회사를 인수할 용의까지 있다’고 해 간담이 서늘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에서 시멘트를 수입할 때 필요한 항만 시멘트 저장 시설(사일로) 인허가와 내륙 유통 기지 확보 등을 도와 국내에서의 중국산 시멘트 유통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 모임인 건설자재직협의회는 지난달 회의를 열고 중국산 시멘트 중개업체인 썬인더스트리를 통해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건자회는 썬인더스트리를 통해 2026년부터 연간 시멘트 78만t을 수입하고 점차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업계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내 시멘트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최대 시멘트사인 쌍용C&E가 상장 폐지된 뒤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 중국 시멘트 업계 먹잇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용C&E 최대 주주인 한앤컴퍼니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지난달부터 자회사인 쌍용기초소재와 한국기초소재의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저가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전략을 볼 때 수입을 시작만 하면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시멘트 업계가 공멸하면 중국은 당연한 수순으로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릴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국내 시멘트 가격이 중국보다는 비싸지만, 미국, 유럽, 일본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제 시멘트 가격은 t당 평균 15만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11만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선 환경 규제 때문에 설비 투자를 하려면 각 사의 실탄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건설 업계 안팎에서는 시멘트 수입이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멘트는 특성상 장기 보존과 유통이 어려워서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멘트 산업은 국가 기간 산업인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도입보다는 가격협상 용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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