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 주요 대작 오페라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서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국내 초연작과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바그너의 오페라까지. 다채로운 장르와 형식의 오페라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이탈리아 ‘투란도트’, 잠실서 본다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의 음악은 마치 영화음악처럼 극 중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서정적이고 선율적인 푸치니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 중 하나가 그의 유작 ‘투란도트’다. 푸치니가 직접 마침표를 찍지 못했기에 그의 3대 오페라(라보엠·토스카·나비부인)에 들진 못했지만 ‘아무도 잠들지 말라’ 같은 오페라계 최고의 명곡을 남긴 걸작이다.10월에는 야외 오페라로 투란도트를 만나볼 수 있다. 10월 12~19일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열리는 솔오페라단의 ‘아레나 디 베로나-투란도트’에서다.
공연기획사 솔오페라단은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이번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준비했다. 총 여덟 번 공연에 성악가, 무용수, 스태프 등 1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투입됐으며 오페라 연출계의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의 버전을 그대로 살렸다. 웅장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지닌 제피렐리가 생전 연출했던 무대, 의상, 조명, 세트 등을 원본 그대로 볼 수 있다.
45년 만의 ‘탄호이저’
국립오페라단은 10월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공연한다. 탄호이저는 1979년 중앙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전막 오페라로는 45년 만이다. 당시 무대는 한국어 번안 버전이었던 만큼 국립오페라단이 원어로 선보이는 첫 탄호이저인 셈이다. 그런데다 2025년 ‘트리스탄과 이졸데’, 2027년 ‘니벨룽의 반지’로 이어지는 국립오페라단 ‘바그너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바그너리안(바그너애호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복잡한 구조와 긴 러닝타임으로 유명한 바그너 오페라 가운데 탄호이저는 그나마 짧고 단순해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러닝타임은 3시간20분 정도로, 장장 15시간이 넘는 ‘니벨룽의 반지’ 등 바그너 후기 대작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 바그너가 각본을 썼으며 성적 쾌락에 빠져 있던 탄호이저가 욕망과 구원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구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탄호이저를 위해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들이 의기투합했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바그너 ‘로엔그린’을 이끌었던 지휘자 필립 오갱이 한국을 다시 찾는다. 오갱은 베이징 국제 음악제에서 중국 최초로 ‘니겔룽의 반지’ 전막을 지휘한 바 있다.
가장 처절한 비극…‘운명의 힘’
대전예술의전당은 10월 16~19일 베르디의 명작 ‘운명의 힘’을 직접 제작해 선보인다. 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당시 무대 세트 미완성 문제로 급작스럽게 취소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가을, 다시 무대에 올리게 됐다.‘운명의 힘’은 베르디의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처절하고 비극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세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이별, 원망과 분노, 피할 수 없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로 연인 사이인 레오노라와 알바로가 실수로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가 복수를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운명의 힘’은 특히 서곡이 유명한데, 콘서트에서 따로 연주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운명의 비극을 암시하는 듯한 모티브로 포문을 연다. 무겁게 세 번 반복되는 이 음형은 오페라 전체에서 여러 번 등장하며 주로 금관 악기로 연주된다. 마치 인물들이 운명의 영향력에 지배받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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