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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일본을 꺾고 D램 시장 1위에 오른 건 1993년이었다. 이후론 삼성 세상이었다. 최소한 D램에선 기술력으로 보나, 시장점유율로 보나 이렇다 할 적수가 없었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 위기론’이 불거지는 건 이런 D램에서 삼성의 위상이 추락해서다.
D램 제품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3E는 죄다 SK하이닉스 제품이다. 8단 제품에 이어 12단 제품도 공급하지만, 삼성은 아직 8단 제품도 승인받지 못했다. 저가 범용제품에선 중국에 쫓기고 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를 싼값에 쏟아내면서 가격 폭락과 점유율 하락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근원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모두 시장의 의심을 받는 상황.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삼성이 위기에 빠진 걸 인정하고 대대적인 쇄신을 선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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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요인이 겹친 여파다. 첫 번째는 HBM.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하는 최신 제품(HBM3E)에서 삼성은 철저히 소외됐다. 이 제품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데,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서다.
두 번째는 여러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범용 D램.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중국 CXMT란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뛰어들어서다. 2016년 설립된 CXMT는 최근 4년간 D램 생산능력(캐파)을 다섯 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세계 4위가 됐다.
세 번째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다. 삼성의 지난 2분기 시장점유율은 11.5%로 TSMC(62.3%)와의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적자폭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후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가 하락, 기술 경쟁력 저하 등 시장에 퍼진 ‘삼성 위기론’을 잠재우고 다시 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제시했다.
전 부회장은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예고했다. 전 부회장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니라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건 바로 고치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메모리 조직을 대폭 강화하는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자폭이 확대되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날 밝힌 대로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반도체 부문 인사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젊고 실력 있는 엔지니어를 발탁하는 동시에 경쟁력 하락을 부른 임원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채연/박의명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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