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싱가포르의 통상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활용해 부족한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싱가포르와 공급망 교란에 공동 대응하는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을 맺었다. 정부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SCPA 체결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SCPA는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한 양자 파트너십이다. 다자 공급망 협정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양자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한 개념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SCPA에 따라 양국은 공급망 위기가 감지되면 핫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이후 교란 발생 시 5일 내 긴급회의를 개최해 대체 수급책 확보 등 대응에 나선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8%에 해당하는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FTA 1위 국가이자 항만 물동량 세계 2위 국가다. 싱가포르가 가진 통상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활용하면 보다 빠른 원자재 대체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호주 인도네시아 등과도 SCPA 체결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 MOU도 체결했다. 필요시 양국이 LNG 재고 물량을 교환(스와프)하거나 공동구매, 정보교환 등의 방식으로 협력하는 게 골자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3위 LNG 수입국이고 싱가포르는 LNG 재수출 물량 기준 세계 4위”라며 “LNG 협력으로 국내 천연가스 수급을 안정시키는 한편 LNG 도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수교 50주년인 내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 발표에서 “싱가포르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발전을 위해 함께 뛰어온 동반자이자 앞으로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핵심 파트너”라고 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대응에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웡 총리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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