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현장 직원 중심 '자발적 디지털 혁신'…안전관리·고객경험 개선하고 신사업 발굴

입력 2024-10-09 16:25   수정 2024-10-09 16:25


“현장 직원의 공감과 자발적인 변화가 진정한 혁신을 만듭니다. GS그룹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고 있는 ‘52g’ 활동을 통해 디지털 혁신 실행가 1만명을 양성합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현업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디지털 전환(DX)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직 임원이 지시하는 형태가 아니라, 직원들이 평소에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자발적인 혁신이 일어나야한다는 신념이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공장의 안전관리, GS티레일은 고객경험 개선, GS건설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안전관리 소통, GS스포츠는 FC서울 팬 서비스 개선 등에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를 도입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허 회장이 스타트업 투자에 이어 새로운 그룹 전략으로 DX에 힘을 주고 있다”며 “각 계열사들의 디지털 혁신 투자도 이런 관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업에서의 DX 강조
허 회장은 지난 8월 22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52g 협의체’ 모임을 열고 DX 업무 혁신을 논의했다. 52g는 ‘5pen 2nnovation GS’의 약어다. GS의 디지털 업무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 차원의 활동을 통칭한다. 이날 52g 협의체에는 허 회장을 비롯해 GS칼텍스, GS리테일, GS건설 등 20개 그룹사에서 52g 조직을 운영하는 임원과 담당자 80여명이 참석, 각 사의 디지털 업무 혁신의 추진 현황과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혁신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 가능성 인식, 문제 제기, 문제 해결, 현장 적용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를 데이터로 공유했다.

52g는 허태수 회장이 GS그룹 회장으로 부임한 2020년 발족했다. 초기엔 ㈜GS 소속 2명의 소규모 조직으로 출범했다. 이후 GS 계열사의 업무 혁신을 확산하는 과정에서 날로 조직이 커졌다. 지난 8월 기준 GS그룹의 52g 전담 인력은 ㈜GS 소속의 업무혁신 코치, IT 개발자, UX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스튜디오 17명을 비롯해 각 계열사에서 52g 업무혁신을 전담하기 위해 매년 선발한 ‘크루’를 합해 77명으로 커졌다.

조직 전담자 이외 52g 협의체에 참여한 직원은 5000명을 넘었다. 4년 전부터 추진해온 GS그룹의 52g에 참여한 계열사 직원은 2020년 말 108명이었다. 2021년 705명, 2022년 1130명, 지난해엔 2297명으로 갈수록 확대됐다. 올 8월엔 890명이 더 늘었다.

그룹 관계자는 “내·외부 구성원의 자발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장려하는 게 그룹의 방침”이라며 “‘톱 다운’ 식의 지시와 거창한 담론보다는 현업 직원의 자발적이고 작은 성공 체험을 통해 그룹 전반의 일하는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철학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사업으로 혁신 도모
52g는 임직원의 공감과 경험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등 실질적인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그룹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지난 7월 연 ‘GS그룹 해커톤’에서도 직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신사업 소재를 찾았다. 생성형 AI를 주제로 업무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의견을 나눴다.

또 지난 9월 말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기업인 라마인덱스와 글로벌 인공지능(AI) 활용 방안을 공유했다. 외부 AI 엔지니어 70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 LLM 기술을 적용한 실무 경험과 업계 동향을 주고받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라마인덱스는 LLM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 서비스 회사다.

계열사 중에선 GS칼텍스가 디지털 혁신 일환으로 여수의 정유공장을 ‘DX 플랜트’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다. 여수공장은 면적이 약 600만㎡에 달하고 80만 개 이상의 장치, 계기 배관 설비가 배치돼 정비작업(TA)을 진행하면 수천억원이 쓰인다. 회사 측은 이런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설비·관리 통합플랫폼’을 도입했다. 회전기계 이상을 감지하고, 배관 두께를 측정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모델 등을 적용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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