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통화 대체는 정부 정책 실패나 내전 등 정치적 불안정, 금융·외환 위기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 초인플레이션과 함께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짐바브웨, 베네수엘라처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달러라이제이션이 발생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도 저금리를 고수한 튀르키예,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달러 환전까지 막은 아르헨티나 등에서 스테이블 코인 수요가 급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스테이블 코인을 사실상 화폐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스테이블 코인을 화폐의 한 형태로 보고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연방정부의 강력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 관련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주체를 면허가 있는 은행, 송금 서비스 제공자 및 신탁회사 등으로 제한했다. 영국은행(BOE)은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스테이블 코인의 자산 대비 부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서는 등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암호자산시장법률(MiCA)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한은은 이르면 올해 말 10만여 명이 하나로마트, 편의점 등에서 자신의 예금을 토큰 형태의 디지털화폐로 전환해 사용하는 ‘CBDC 활용성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2월 “스테이블 코인이 확산되면 화폐 단일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고, 화폐 발행 주조 차익과 통화정책 수행 방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CBDC 도입에 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BDC와 함께 원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실험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달러라이제이션
dollarization. 자국 법정화폐 대신 미국 달러를 통화로 쓰는 현상. 초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할 때 주로 나타난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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