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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거주하는 김지혁 씨(43)는 “송도는 평소 바다 안개나 미세먼지가 심해 아파트 바로 앞 동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은데 요즘 날씨는 정말 이례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일 직선거리 30㎞가 넘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불꽃축제가 송도 일부 고층 아파트에서 뚜렷하게 보이기도 했다.
서울과 수십㎞ 떨어진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최근 서울 도심 초고층 건물을 관측했다는 목격담이 쏟아지고 있다. 미세먼지 감소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가시거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로 서해를 건너오는 미세먼지가 감소한 데다 한반도가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면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미세먼지가 청명한 하늘의 주된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중국과 한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172만9000대 중 전기차 비중은 50.8%(87만9000대)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전기차가 보급된 이후 처음으로 전기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많이 팔린 셈이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7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62만1071대(누적)였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0년 13만4962대로 처음 10만 대를 넘어선 후 매년 10만 대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가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저감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시행한 2022년 ‘차종별 미세먼지 통합 측정’ 연구에 따르면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1차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이 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를 고려할 때 전기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배출량도 마찬가지로 디젤, 가솔린, 전기차 순으로 낮은 것으로 연구됐다.
한반도에 자리잡은 북쪽 고기압의 영향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은 주변 공기보다 무겁고 밀도가 높아 하강 기류를 형성하고, 구름이 생기기 힘들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국립환경과학원 예보관은 “9월 말부터 한반도로 북상한 태풍으로 인해 강해진 바람과 전국적으로 쏟아진 비가 미세먼지를 쓸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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