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자동차 유통기업이자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공식 딜러사이기도 한 하모니오토그룹은 지난 6월 한국에 자사 간판을 내걸었다. 하모니오토서비스코리아라는 이름의 새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이후 하모니오토는 국내 자동차 영업전문가인 황대갑 씨를 대표로 영입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현대자동차, 르노코리아 등 20년 이상 국내 완성차 기업에서 활약해 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사람인과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 하모니오토는 현재 비야디 차량 판매를 위한 딜러 채용 공고를 개시한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총무, 교육, 재무, 마케팅 담당 직원들도 모집 중이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차량 판매를 위한 절차에 돌입하는 등 한국 소비자들과 만나기 위한 잰걸음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비야디가 하모니오토와 함께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잠잠했던 한국 수입차 시장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조짐을 보인다. 그간 해외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완성차 브랜드들이 연이어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비야디뿐만이 아니다. 중국 지커, 폭스바겐 산하 스코다, 스텔란티스 산하 알파로메오 등이 최근 한국 진출설이 불거지고 있는 대표 수입차 브랜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건 중국 전기차들의 한국 공습이다. 현재 수많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현지 전기차 시장의 과잉 생산 및 수요 둔화로 인해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중 비야디와 지커는 한국 시장을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 워낙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과 ‘싸구려’ 이미지가 높다 보니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국내에 안착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들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비야디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만큼 한국 판매가 현실화할 경우 테슬라와 현대차·기아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도 큰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8월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비야디가 판매량 1위에 올랐으며 테슬라, 지리그룹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8위에 그쳤다. 판매량만 놓고 본다면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은 테슬라가 아닌 비야디인 셈이다.
비야디의 가장 큰 무기로는 단연 가격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모두가 저렴하게 탈 수 있는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이를 실현해냈다.
예컨대 비야디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직접 제작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제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비싸다. 이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싼값에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게 비야디 측의 설명이다. 비야디의 전기차 중에는 1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모델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싼 가격에 판매하는 전기차 가격이 최소 3000만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현재는 단종됐지만 한때 르노코리아도 1000만원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트위지는 1인승에다가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반쪽짜리 전기차였다.
비야디는 다르다. 올해 초 1000만원대에 내놓은 전기차 ‘시걸’만 보더라도 에어컨과 내부 디스플레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경고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완충 시 주행가능 거리도 300km 이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야디의 한국 진출은 여태까지 국내 시장에선 볼 수 없었던 가성비 전기차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중국산이라 일부 소비자들이 꺼릴 수도 있지만 ‘테무’와 ‘알리’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앞세워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전한 것처럼 비야디도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야디의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2026년 차량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커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을 벗어나 유럽에 진출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북미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진출까지 선언하면서 목표로 세웠던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한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단 국내에서는 비야디만큼의 파급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급 브랜드를 지향하는 만큼 지커 전기차 가격은 최소 5000만원 이상을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와 닮은 외관과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가 돋보이긴 하나 브랜드를 유난히 따지는 국내에서 중국 전기차를 이 돈을 주고 구입할 소비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시각이다.
이 외에도 폭스바겐의 스코다와 스텔란티스 산하 알파로메오가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코다는 폭스바겐 산하 대중차 브랜드다. ‘체코의 국민차’라고 불릴 만큼 체코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압도적인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 스코다의 한국 진출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당시 폭스바겐그룹이 한국에서 디젤 게이트의 여파로 소비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히면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폭스바겐은 한국 판매량이 계속 부진해지자 새로운 브랜드 출시를 검토하고 나섰는데 앞서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한 전력이 있던 스코다가 가장 유력하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1년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앵이 합병해 출범한 스텔란티스도 빼놓을 수 없다. 가난한 자의 페라리라고도 불리는 ‘알파로메오’가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모델이 1억원을 넘는 고가 브랜드다. 다만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와 비교했을 때 성능은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국내에 정식 수입된 적은 없지만 다양한 경로로 차를 구매해 들여오는 이들도 있을 만큼 마니아층도 탄탄하다. 합병 후 스텔란티스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한국 진출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수입차들이 한국을 노리는 이유로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수입차 시장 규모를 꼽을 수 있다. 2011년 한국 수입차 연간 판매량은 약 10만 대에 불과했다. 지금은 연간 27만 대 이상이 판매되는 시장이 됐다.
예컨대 BMW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은 BMW그룹 내에서 5위에 해당할 정도로 매출 규모가 큰 시장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해외 브랜드들은 여전히 한국 수입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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