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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상속 시 가족 간 분쟁을 최소화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5150억원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20년 말 8800억원과 비교해 4배가량 커진 수치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 개인이 자신의 자산을 신탁회사나 금융기관에 맡기고, 사망한 후 미리 지정한 수익자(배우자·자녀 등)에게 신탁재산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상품이다. 생전에는 본인을 수익자로 지정해 필요에 따라 수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 시 발생하는 가족 간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언의 경우 효력 발생을 위해 일정 형식을 갖춘 공정증서, 녹음, 자필증서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또한 유언장 공개 이후에도 내용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아 자녀들 사이 재산 분배를 놓고 의견을 갈릴 가능성이 높다. 예기치 않게 유명을 달리할 경우 유언장이 나중에 발견돼 상속 문제가 다시 한번 불거질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의 생전 지침에 따라 재산을 이전하기 때문에 유언 해석에 따른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유언장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첫째에겐 60세까지 매달 200만원을 지급하고 이후 남은 상속분을 모두 상속한다', '둘째는 자격증 시험에 합격할 시 건물을 상속한다'는 식이다. 자녀들의 재산 탕진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만약 상속인이 미성년자일 경우 일정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금융사에서 대신 재산을 관리한 후 상속이 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 가입 문턱 역시 낮아지고 있다. 현재 최소 가입 금액은 5000만원~10억원 수준이다. 다만 유언대용신탁으로 유류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최근엔 유언대용신탁 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이라는 쪽이 힘을 받는 추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류분 반환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기보다 신탁할 때도 유류분에 고려해 재산을 분배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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