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과장은 이 점이 좀 부족하고 김 대리는 저 점만 고치면 좋을 텐데.”
리더는 자신도 모르게 구성원의 약점에 자꾸만 눈이 간다. 이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복구 사고(repair thinking)에서 비롯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리더뿐 아니라 부모에게서도 흔히 나타난다. 갤럽이 전 세계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의 성적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자녀가 가장 잘한 과목보다 낙제한 과목에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 경영학의 대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지속적이고 탁월한 성과는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할 때 나온다고 강조한다.
약점을 고치기 위해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더라도 그 결과는 평균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강점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 성과는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이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구성원의 강점을 중시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생산성이 1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일의 업무에서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는 직원은 업무 몰입도가 6배 더 높다고 한다. 구성원의 ‘최상’을 끌어내 ‘최고’의 성과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예를 들어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것은 재능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여러 일을 도모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강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강점에 너무 익숙해져 ‘이 정도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며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점으로 조직을 이끌기 위한 첫째 과제는 구성원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강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강점 연구의 권위자인 마커스 버킹엄은 구성원의 강점을 발견하려면 ‘S.I.G.N’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성공(Success)으로 구성원이 잘하는 일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소질(Instinct)로 자연스럽게 끌리거나 기다려지는 일을 뜻한다. 셋째는 성장(Growth)이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일을 말한다. 마지막은 필요(Need)다. 구성원이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스트렝스 파인더, MBTI와 같은 진단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리더는 몇 가지 질문을 통해서도 강점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능숙하다고 느끼는가”, “반복해도 질리지 않고 계속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더 빨리 배우고 익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만족감이 느껴지는 일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구성원이 평소 당연하게 여겨 지나쳤던 강점에 주목하게 한다.
세종대왕은 신하들의 강점을 기억했다가 그들이 맡은 자리에 왜 적임자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곤 했다. 예를 들어 관직에서 물러나려던 허조에게는 “경은 강직하고 정직한 자질을 지녔네. 경이 없다면 임금의 실수를 바로잡고 나라의 질서를 세우는 일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를 설득했다고 한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세종대왕처럼 강점과 업무를 연결하는 방식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3요’ 질문에 대한 효과적인 답이 된다. ‘3요’는 업무 지시에 대해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반응을 묶은 신조어다.
이런 질문들이 근로 의욕이 없거나 불성실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MZ세대는 자신이 맡은 일이 개인과 조직에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자 따져 묻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이 어떤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이 업무를 맡겼는지, 그리고 그 강점이 조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이런 설명은 특히 “제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신뢰다. 리더가 구성원의 강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업무를 맡겼다고 느낄 때 구성원은 그 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신뢰가 부족할 경우 구성원은 리더가 단순히 일을 시키기 위해 억지로 강점을 끼워서 맞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강점과 업무를 연결할 때는 리더의 진정성이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환상의 파트너를 찾아줘야 한다. 그러나 바쁘게 업무를 지시하다 보면 단순히 업무의 양을 나누거나 경험 있는 선배와 후배를 묶는 경우가 많다.
또 이전에 함께 일한 사람들을 반복해서 배정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는 업무의 목적과 특성에 맞는 파트너 조합을 만들기 어렵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강점과 약점이 어떻게 상호보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 이리저리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구성원의 강점을 한 페이지에 정리한 시각화된 자료를 만들어 두면 유용하다.
천재적인 마케팅 감각과 기획력을 가진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그때그때 적절한 파트너와 함께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애플을 창업할 때 스티브 잡스는 상대적 약점인 ‘제품 개발’을 스티브 워즈니악의 탁월한 엔지니어링 능력으로 보완했다. 이후 애플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는 또 다른 상대적 약점인 ‘경영 관리’를 ‘재고 관리의 제왕’이라 불리는 팀 쿡을 통해 보완했다.
올해 초 ‘육각형 인간’이라는 트렌드가 주목받았다. 여섯 개의 축이 완벽히 채워진 그래프처럼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약점 없이 강점만을 가진 직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현실에 육각형 인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각 구성원의 강점을 발견해 이를 업무와 연결하고 파트너를 찾는 데 집중해 보자. ‘육각형’을 완벽히 채우지 않아도 저마다의 엣지를 살린 인재들이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것이다.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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