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셰프·하몽 마스터…글로벌 백수저 요리사 서울 입맛 잡으러 온다

입력 2024-10-10 18:34   수정 2024-10-11 03:13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음식을 맛보라.’ 여행 마니아에겐 바이블과 같은 말이다. 한 나라의 자연, 문화, 역사, 철학…. 이 모든 것을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미식이다. 세계 곳곳의 로컬 음식을 눈으로, 혀로 직접 맛보는 것보다 그 지역에 깊이 녹아드는 방법이 있을까.

올가을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세계 각국 음식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국내 최고급 호텔에서 펼치는 ‘갈라 디너’ 덕이다. ‘악마의 셰프’가 선보이는 중식의 신세계부터 1년 만에 미쉐린 별을 따낸 남미 천재의 코스, 스페인 요리와 중식의 생소한 만남까지…. 세계여행을 떠나는 듯한 미식의 축제가 서울에서 열린다.
스페인 하몽과 깐풍새우의 만남

갈라 디너는 큰 축제와 만찬을 뜻하는 단어 ‘갈라’(Gala)에서 따왔다. 특별한 날 국빈이나 VIP를 대상으로 여는 이벤트다. 호텔 갈라 디너도 마찬가지다. 소수 인원만 초청해 짧게는 하루, 길어도 딱 며칠만 한다. 단 하나 다른 점은 VIP가 아니라도 누구나 선착순 신청할 수 있다는 것.

갈라 디너에서는 일반 식당에선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장르를 경험할 수 있다. 이달 두 번의 갈라 디너를 여는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의 키워드는 ‘스페인 요리와 중식’ ‘이탈리아 퀴진과 한식’이다. 생소한 만남이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다. 시작은 11일 광둥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더 그레이트 홍연’에서 열리는 ‘레드 노트 와인 페어링 클래스: 엘 클라시코’. ‘스페인 하몽 마스터’ 칭호를 받은 호세 솔이 라이브로 잘라내는 하몽 플래터와 함께 레몬그라스 소스 깐풍새우, 블랙빈 소스 이베리코 항정살 볶음 등 스페인 요리를 중식으로 재해석한 코스가 펼쳐진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 와인 페어링과 스페인 와인 역사 클래스는 덤이다.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의 한식당 ‘이타닉 가든’에선 이탈리아와 한식이 만난다. 오는 16~17일 홍콩의 이탈리아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에스트로’ 헤드 셰프인 안티모가 주방을 지휘한다. 한국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요리를 재해석한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평소에도 한국을 자주 찾는다는 안티모는 올 때마다 경동시장을 방문하는 등 한국 식재료 연구에 진심이라고.

신세계백화점 강남 지하에 자리 잡은 모던 차이니즈 레스토랑 ‘모트 32 서울’의 원조도 한국을 찾는다. 홍콩 모트 32 총괄 셰프인 멘싱 리가 그 주인공이다.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헤드 셰프를 거쳐 2006년, 2009년 홍콩관광청이 선정한 베스트 컬리너리(요리) 어워즈를 받았다. 16일 딱 하루, 모트32 서울의 유원정 셰프와 손잡고 중식의 정수를 선보인다. 만다린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홍소 해삼과 통전복, 블랙빈 소스 양갈비, 제비집 망고 시미루(중국식 화채) 등 한국에서 보기 힘든 요리들이다.
‘악마의 셰프’가 펼치는 코스
갈라 디너의 묘미는 ‘스타 셰프’의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중식당 ‘웨이루’에서 열리는 ‘엑스트림 차이니즈’ 코스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중식 코스라고 생각하면 오산. 코스를 개발한 주인공이 바로 ‘악마 셰프’로 불리는 앨빈 렁이기 때문이다. 록스타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염색 단발과 선글라스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요리 리얼리티 쇼 ‘마스터 셰프 캐나다’의 심사위원으로 등장해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하지만 진짜 그에게 악마란 별명을 안겨다 준 건 요리다. 계란 노른자같이 생긴 샤오룽바오, 상큼한 칼라만시 번과 베이징덕…. 장난기 많은 악마처럼 전통 중국 식재료를 독특하고 도발적인 스타일로 해석해서다. 엑스트림 차이니즈라는 장르 자체를 만든 것도 그다. 렁 셰프가 운영하는 홍콩 ‘보 이노베이션’은 이런 독창적 요리로 미쉐린 2스타를 거머쥐었다.

이번 코스도 그야말로 ‘엑스트림’의 향연이다. 중국 술에 절인 푸아그라에 간장게장 알을 올리거나 떡과 꼬막을 중국식 발효 소스로 비벼내는 등 독창적인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 제철 재료를 곁들인 만큼 홍콩에서도 맛볼 수 없는 디시들이다. 여기에 전 세계 270여 명뿐인 ‘마스터 소믈리에’ 중 한 명인 데니스 켈리가 선택한 와인을 페어링할 수 있다. 이번 코스는 웨이루를 방문하는 누구나 주문할 수 있다. 행사는 13일까지.
유럽·남미·아시아가 한 코스에
최근 글로벌 미식 시장에서 뜨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마이클 바이 해비치’가 제격이다. 해비치는 대만에 있는 라틴 아메리카 식당 ‘제아(ZEA)’의 총괄 셰프 호아킨을 초청했다. 아시아 식재료를 남미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 지난해 대만 미쉐린 1스타 리스트에 올랐다. 그의 삶도 요리와 같다. 아르헨티나에서 국립 요리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레스토랑에서 일했고, 홍콩으로 이주한 후엔 아시아 음식을 접했다. 누군가에겐 ‘평생의 꿈’인 미쉐린 스타를 레스토랑 오픈 후 불과 1년 만에 따낸 비결이다.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리는 갈라 디너는 셰프의 삶 그 자체다. 호아킨이 거쳐온 유럽·남미·아시아가 모두 들어가 있다. 프랑스 카비아리 캐비어를 올린 추로스가 포문을 열고 독도 도화새우로 만든 세비체, 콜롬비아 전통 수프 아히아코 등이 뒤를 잇는다. 멕시코의 비리아 스튜와 대만의 우육면을 믹스한 할리스코 이 타이페이도 기대할 만한 요리다. 마지막엔 대만 난터우 지역에서 만든 초콜릿과 국내산 감태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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